방상환 작 '무제' 마법진 연상
오승언 작가 설치작품 압도적
강나현 작가 도자인형 '다채'

창원시 진해야외공연장 실내전시실, 지난 23일 시작한 창원문화재단 상주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이 걸렸더라'는 소문을 몇몇 곳에서 들은 터라 어서 가봐야지 했지만 일정을 겨우 잡은 게 26일, 일요일 낮이었다.

날씨가 좋은 주말 오후였는데도 야외공연장에는 전시 관계자로 보이는 몇몇과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온 한 가족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맨 처음 맞닥뜨린 작품에서 "야~!"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법진을 그린 듯했다. 만다라 문양도 더러 보인다. 신문지 등 작고 빽빽한 글자가 인쇄된 종이 위에 글자보다 더 빽빽한 선들이 각각 질서정연한 방향으로 뻗고 꺾이고 원을 그리며 환상적인 장면을 드러냈다. 방상환 작가의 '무제'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을 보니 모두 '무제'다.

▲ 방상환 작 '무제'. /정현수 기자
▲ 방상환 작 '무제'. /정현수 기자

굳이 작품에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어느 전시에서 작가에게 왜 제목이 '무제'냐고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대답하기를, "제목을 붙이면 관람자는 제목에 갇혀 상상도 느낌도 제약받게 되지요."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여러 개의 틀'이라고 붙였다.

지름이 60㎝도 훨씬 넘을 큰 그림은 선을 긋는 데만 해도 몇 날 며칠이 걸릴 것이다. 선과 선 사이에 색이 채워져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원 중심에서 규칙적으로 뻗어나간 선과 면은 아주 치밀한 계산으로 배열된 것이어서 인내심뿐만 아니라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겠다. 작가는 이 정도 공력을 왜 쓰임이 끝나고 버려진 종이들 위에 쏟아냈을까 하는 궁금증은 속에 담아놓기로 했다.

전시실 구성은 1단계 방상환 작가의 전시공간을 거쳐 2단계 오승언 작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꾸며졌다. 오 작가 공간에는 '벌거벗음'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회화와 설치미술이 결합한 대작은 규모도 규모지만 색채가 너무 강렬해서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 보고 있노라니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여성 옷을 활용해 작업한 설치미술 작품과 옷 형상에서 면을 이루는 부분을 뚫어 만든 황금색 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오승언 작 '벌거벗음'. /정현수 기자
▲ 오승언 작 '벌거벗음'. /정현수 기자
▲ 강나현 작가 작품. /정현수 기자
▲ 강나현 작가 작품. /정현수 기자

세 번째 방에는 강나현 작가의 도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제목은 '시각적이거나 실용적이거나'. 고양이 모습을 한 도자인형이 대부분인데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문양을 입혀 보는 재미를 주었다.

이번 전시회 제목은 '2021 창작스튜디오-자작 성과전'으로 지난 4월 공모로 선정된 세 작가가 그동안 창작활동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을 발표하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창원문화재단이 지역에 있는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열리며 이후 10월 둘째 주 유튜브로도 볼 수 있다. '창작스튜디오 자작'으로 검색하면 된다. 문의 055-719-7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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