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상 각도·나사로 비유
소박하지만 여운있는 작품 호평

고성 출신 제민숙(사진) 시조시인이 제38회 성파시조문학상(경남부문)을 받았다. 수상작은 '부부'로 일상에서 드러나는 부부간 일을 각도와 나사에 비유하며 삶을 관조한 작품이다.

"우리 집 기울기는 각도가 늘 다르다/어떤 날은 좁혀졌다 어떤 날은 벌어졌다/예각과/둔각 사이를/질정 없이 넘나든다// 오래된 나사처럼 녹이 슬면 닦아주고/헐겁고 무뎌지면 조였다가 풀었다가/때로는 걸음 멈추고/바라보는/그런 사이…"('부부' 전문)

이 시는 제 시인의 시조집 <아직 괜찮다> 1부 첫 시조로 실린 작품이다. 성파문학상은 통도사 서운암 성파 큰스님이 시조문학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마련한 상으로 한 해 동안 발표한 작품 중 부산 2명, 경남과 울산 각 1명씩 선정한다.

이번 수상작 심사는 이우걸 서일옥 김진희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 선정에 앞서 코로나 대유행 2년을 견디는 현실을 언급했다.

"이러한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서로 참고 인내하면서 내일을 믿고 성실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챙기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극복 방법이 아닐까."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에서 밝혔듯 이번 제 시인 '부부'가 선정된 데는 불안한 시기적 배경이 작동했을 법하다.

"이 작품은 소재나 주제 면에서 그리 참신하지 않다. 평상적인 해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무심히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서 우리는 이 작품이 지닌 적지 않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 이 시기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표현의 묘미가 남다른 점, 소박하지만 여운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그 매력이었다."

제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민족 고유의 시가인 시조에 각별한 애정이 있지만, 시조에 대한 온전한 자신감으로 공부하고 닦아 가는 것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과 부족함으로 힘들어 한 시간도 있었다"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다시 또 힘내서 길을 나서보겠다"고 말했다.

제 시인은 1999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시조집 <길> <아직 괜찮다>가 있다. 2018년 <경남문학>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고성문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시조시인협회 상임자문위원, 경남문인협회 이사,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으로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