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떠난 이유, 직업·주택 순으로 꼽아
이 엉성한 카테고리로 진심 알 수 있을까

2020년 창원시가 발표한 청년(만 19~34세)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창원으로 전입한 숫자가 4만 4355명인데 비해 전출한 숫자는 5만 1232명으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6877명이 순감소했다. 그중에서 수도권 지역만 떼어서 보면 전입이 4107명에 전출이 8041명으로, 빠져나간 인원이 두 배 가깝게 나타났다(95.8%). 수도권에서 창원을 찾아오는 인구가 없지 않지만 그보다 두 배 가까운 숫자가 창원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했다.

지난 11일 부산일보에 인구학자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청년 지방 탈출은 일자리 아닌 자신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달렸다. 지자체들이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 유치를 줄곧 강조하는데, 핵심을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 주장을 인용하면, "지방의 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청년들이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지역에서는 일자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자기만의 삶의 질 기준이 있다. 지금 청년들은 인간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핵심이 아니라는 그의 통찰에는 박수가 절로 나왔지만, 그가 내놓은 대안은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다. "부산이 서울보다 열악해서 청년들이 서울로 가지만, 경남의 다른 시군과 비교한다면 상황이 낫다. 부산이 지역 청년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제2의 서울'이 돼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곳에 사는 경남 청년들을 부산이 빨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산 언론을 배려해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경남을 부산의 배후지 정도로 여기는 관점에는 화부터 났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제안을 했다. "청년들을 직접 만나 지금 그들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이탈은 막을 수 없더라도 10년 후에 반전을 기대한다면 청년들이 왜 이주를 결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그 대응 전략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창원시 청년통계를 보면 청년들이 창원시를 떠난 이유가 직업(31.4%), 주택(30.5%), 가족(21.6%), 교육(9.3%) 순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엉성한 카테고리로 청년들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성공의 꿈을 품고 서울로 떠나는 것과 지긋지긋한 인간관계에 지쳐서 탈출하다시피 떠나는 것을 같은 '직업'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을까? 반대 상황도 챙겨보자. 떠나는 이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창원을 찾아오는 수도권 청년들이 4000여 명에 달한다. 그들은 왜 수도권을 떠났을까? 단지 일자리 때문에 창원을 선택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지도를 펴놓고 자기가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드레날린이 굶주린 들개처럼 혈관 속을 뛰어다니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창원을 떠난 청년들, 창원을 찾아온 청년들도 비슷한 이유로 이주를 결심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아드레날린은 어떤 상황, 어떤 장면에서 뿜어져 나왔을까? 그 지점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청년들의 이동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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