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아동 차로 친 피의자
시야 확보 난항 등 이유 무죄
무리한 집행보다 피의자 고려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4항). 이른바 무죄 추정의 원칙입니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두 사건을 들여다봤습니다. 어떤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을까요?

ㄱ(31)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10시 19분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서 술에 취해 쏘나타 차량을 약 800m 운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2%였다. 0.03% 이상이면 면허 정지, 0.08% 이상이면 한 번에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

창원지법 형사7단독(김초하 판사)은 지난 10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ㄱ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종 음주 시점이 관건이었다. 검사는 피고인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이날 새벽 2시 30분~3시로 최종 음주 시점을 파악하고 음주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하강기에 있었으며 처벌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봤다. 하지만 경찰 신문조서 작성 때부터 법정까지 ㄱ 씨는 이날 아침 국밥집에서 회사 동료와 맥주 한 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회사 동료 증언, ㄱ 씨가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신고했을 가능성 등을 종합해 최종 음주 일시는 이날 오전 9시 36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 시점인지 하강 시점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운전 종료 때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측정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약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 시점 혈중 알코올 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 운전 시각은 10시 10분께, 음주 측정 시점은 10시 19분이었다"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판단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당 0.03%씩 상승했다고 본다면, 운전한 10시 10분을 기준으로 피고인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275%(= 0.032% - 0.03% × 9분/60분)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ㄴ(55) 씨는 2015년 10월 15일 오후 6시 54분 싼타페 차량을 타고 거제시 상동동 한 공원 앞 도로를 달리다 횡단보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무단으로 건너던 10세 아동과 부딪혀 중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장지용 부장판사)은 지난해 8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창원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병룡 부장판사, 조유리·이진석 판사)는 지난 10일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보행 신호등이 적색이었던 점, 사고 시점 도로가 어두웠고 피해자가 사고 1초 전에 운행기록장치(블랙박스) 영상에 나타나는 점, 1차로를 운행하던 피고인 차량 왼쪽에 중앙분리대와 유턴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 10세 아동 키가 크지 않아 사고 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ㄴ 씨가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 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 정지거리를 추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이 피해자 충격 지점 이전에 정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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