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협의체 오늘 본회의 앞두고
징벌적 손배 한도 견해차 여전
민주당 강행 처리 여부에 고심

'가짜뉴스'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 '8인 협의체'는 지난 8일부터 26일까지 총 11차례 회의를 열어 접점을 모색했지만, 본회의 상정 시한(27일) 직전까지 끝내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양당은 지난달 31일 여권 단독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대립하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 하에 법안 상정을 한 달 후인 9월 27일로 미루고 양당 의원 등이 참여하는 8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극적 합의한 바 있다.

대표적 독소조항인 언론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 등 일부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외에는 8인 협의체의 성과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배 한도를 최대 5배에서 3배로 완화하고 기사 열람차단청구 대상을 원안보다 축소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두 조항 모두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전면 삭제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측 8인 협의체 일원인 김종민 의원은 이에 "징벌적 손배와 열람차단청구를 놓고 그렇게 많이 논쟁했는데 이제 와 아예 삭제하고 현상 유지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우리 당 수정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며 "국민의힘은 오히려 후퇴했다고 하는데 이는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수정안은 기존안보다 더 개악적이고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협상단의 최형두(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민주당 측은 징벌적 손배 대상을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에서 '진실하지 않은 보도'로 범위를 넓혔는데 이는 '허위보도'와 엄연히 다른 것으로 허위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한 보도 또한 포함될 수 있다"며 "징벌적 손배액도 3배 이하 또는 5000만 원 중 다액으로 결정하게 돼 있어 최소 5000만 원이 된다"고 했다.

8인 협의체의 이 같은 파국은 예고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입장에서 징벌적 손배 등 핵심 조항 포기는 곧 '개혁 후퇴'이자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의미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언론단체 등 여론의 반대가 큰 개정안을 굳이 '비난을 무릅쓰고' 합의해줄 이유가 없었다. 국민의힘안대로 합의하면 최상이지만, 설령 합의가 안돼 여권이 일방처리한다 해도 '입법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게 뻔해 손해 볼 게 없었다.

민주당은 최종 합의가 무산될 경우 예정대로 27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나,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또다시 총력 저지에 나설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부정적인 여론과 임기 말 초당적 협력체제를 바라는 청와대의 이해관계 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강행 처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과 관련해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여야가 8인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을 때도 "여야가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인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었다.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가 시한을 정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법 개정안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개정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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