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마련할 비용, 펀딩으로 모금
안전하게 쉴 집 갖기 왜 어려운가

며칠 전 집을 짓는 일이 시작되었다. 농부가 되어 여덟 해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건축 허가를 받고, 찬찬히 기초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13평쯤 되는 작은 집이다. 나에게 필요한 공간보다 넘치게 큰 집을 짓고 싶지 않았다.

합천에서 8년 동안 빌려 살고 있는 집은 다음해 2월 말까지 비워 주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식구들이 지내는 개인 공간과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지는 공유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지금 사는 공간에서 나가야 한다 했을 때, '그럼 그동안 이루어 해오던 담쟁이 인문학교, 기타반, 삶을 가꾸는 글쓰기반, 모랑모락 콘서트 같은 일은 어디서 이루어가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식구 회의를 열었다.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가 살 집보다 공유 공간을 먼저 짓자고 마음을 모았다. 공유 공간에 작은 방을 만들어 당분간은 그곳에서 살자 했다. 또 새로운 공간에서 '마을학교'처럼 우리 식구가 오랫동안 꿈꾸어 온 일들을 일구어 갈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공유 공간에 만들어질 작은 방에서 식구 모두가 함께 살기는 어려웠다. 모두 저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내가 독립해서 살 집은 내 힘으로 지을게요" 했다. 나름대로 '작은 집을 짓는다면 이 정도 건축비면 되지 않을까?' 예상했던 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몰라서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다.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농산물 판매뿐 아니라 포스터와 리플릿 같은 디자인 작업, 원고 쓰기, 강연, 나에게 들어오는 일은 모두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로 건축비를 다 마련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로 자재비가 널뛰기 하듯 올라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건축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농촌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고픈 청년의 삶에 지원해 주실 분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서와 작은 집 펀딩'이다. 지원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얼마 동안 내 삶 이야기가 담긴 소식지와 농사지은 농산물을 보내 드리겠다고 했다. 돈을 돈이 아닌 다른 가치로 갚겠다는 이 펀딩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겁이 났다. 사람들에게 펀딩을 알릴 글과 그림을 다 만들어 놓고도, SNS에 올리기까지 한참을 머뭇거렸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무엇이든 혼자 해내려고 끙끙대는 나에게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립한다는 건 모든 일을 혼자 해내는 게 아니야. 그건 그냥 외로운 거지. 누군가에게 너를 도울 기회를 주는 건,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기쁨이 되는 일이야. 무엇보다 도움을 잘 받을 줄 알아야 잘 줄 수도 있어." 엄마의 말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겁 많은 나에게 외롭지 않을 용기를 주는 말이다.

불끈 내어본 용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따뜻한 마음이 모이고 있다. 집을 다 지으려면 돈을 더 빌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와 작은 집 펀딩 덕분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었다.

청년들에게 집은 늘 커다란 고민거리다.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가지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어야 할까? 집이 고민거리가 아니라 떠올리면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따금 집을 지어 독립하겠다는 것이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따뜻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 우리에게 사치가 아닌 당연한 조건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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