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커서 깜빡거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이 칸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프리랜서'라고 천천히 키보드를 쳐본다. 그냥 편하게 프리랜서라는 단어로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고정적인 수입도 고정적인 일자리도 없다. 아니, 더 자세하게 말을 하자면 지금 나의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것은 아르바이트가 더 적절한 것 같다. 그것도 시급으로 받아야 하니, 경제적인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불안정한 일상 속에서도 나는 꿈을 꾼다. 무대에 서는 꿈을, 그 순간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연극을 하게 된 계기를 사람들은 궁금해서 물어본다. "어떻게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거예요?" 내가 연극을 하게 된 기회는 그저 그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창동 거리를 좋아하기에 그날도 산책하듯 창동을 걸어 다니다가 빈 점포에 붙어 있는 극단단원 모집포스터를 보고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연극을 하기에는 나이가 한참이나 많았고, 무대에 선 경험 또한 없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그 오랜 바람이 나도 모르게 두려움을 생각하지 않은 채 고개를 들었던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듯 연극을 하는 예술인으로 살아가기에 나의 늦은 시작과 전무한 경력은 항상 내 발목을 잡았다.

연극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에는 많은 배우와 다양한 영역 스태프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아직 나는 경력도 많이 부족하고, 연기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어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초보배우다. 역을 맡는다고 해도 단역에 불과하지만 연극의 끈을 이어가고 싶다. 사람들은 간혹 주저하며, 나를 걱정하며 말한다. "연극을 해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해?" 그렇게 물어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상대방을 만족시켜 줄 만한 대답은 내 안에 이미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연극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예술인으로 살고 싶은 이유는 나 자신이 그러기를 원하고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삶에서는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나는 한 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노후가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오직 연극만을 생각하고 그 속에 빠져 있는 극단의 다른 연극인이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이 부럽고 나와는 다르게 보이기만 한 걸까 되짚어 본다. 나 같은 사람도 예술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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