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만족도 높지만 급여 낮아
'비판적 이미지'재정 자립 요원
활동 영역 제한적 인력난 한몫

시민사회단체, 시민단체, NGO, NPO, 비영리단체, 공익활동단체…. 어떻게 불리든 시민사회단체는 드러내기 어려운 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하고 증폭합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무기로 시민 지지와 후원에 힘입어 정치, 경제, 행정, 환경, 교육, 여성, 언론, 문화, 소비자 등 수많은 분야 공론장에서 활약합니다. 시민사회 요구가 점차 정부나 지자체, 기업 활동에 반영되고, 온라인과 같은 새로운 장에서 자발적 시민 모임이 활성화하면서 자연스레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변화를 맞았습니다. 경남은 어떨까요?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급히 변곡점을 맞은 지금, 도내 시민사회단체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합니다.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한 축이 시민사회단체라면 조직을 움직이는 중심축은 사람, 즉 활동가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움직이는 것은 보람과 긍지다. 다른 직업에 비해 업무 만족도가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 문제나 모든 무게를 소수가 다 져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다. 한계에 부닥친 활동가 가운데 심리적 소진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잖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기를 바란 경남지역 활동가 ㄱ(31) 씨는 젊은 활동가 무리에 속한다. ㄱ 씨는 "일반 회사에 다녔을 때 업무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3점이었다면 지금은 7점 정도"라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많이 알게 됐고 삶에 도움이 될 것도 많이 배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ㄱ 씨는 조직 구조상 '허리 세대'가 없어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평활동가와 실무책임자를 잇는 중간책임자가 부족하다는 것.

"허리 세대가 있으면 소통이 잘될 텐데…. (임원급과) 워낙 살았던 시대나 상황이 달라서 쓰는 용어부터 생각마저 다 달라서 소통이 힘들어요."

중간책임자가 없다는 것은 곧 일손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ㄱ 씨는 "활동가로서 일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업무도 많다"며 "제대로 활동가 역할을 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고 시간에 쫓겨 힘들다"고 말했다.

백인식(41) 진주같이 공동대표는 나아가 '허리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활동가 유입도 버거운 현실을 짚었다.

"제가 20년 전에도 막내였는데 진주같이 공동대표인 지금도 막내 급이라…. 진주같이 사무국장이 20대인데 10년 차 활동가입니다. 청소년 때부터 경험치가 있어서 버티지, 젊은 활동가가 유입될 구조가 안 되죠.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젊은 활동가를 키워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요.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청소년 때부터 활동한 친구들이 활동가로서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죠."

백 공동대표는 "활동가로서 만족도는 못해도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이라며 "내가 하는 일이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권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하니 안정성 우려가 있죠. 재정 자립이나 회원을 늘려서 유지하는 게 가장 좋지만 꾸준하지 못하고요. 요즘은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데 유니세프나 그린피스는 그런 점에서 후원이 꾸준하지만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부터 반대하려고 반대한다는 비판까지, 인상이 좋지 않죠."

여성 분야 활동가 상황도 다를 바 없다. 윤소영(48)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가치 중심으로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생활 유지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활동가 신규 채용 공고를 내면 지원은 많지만 임금을 안내하면 채용이 확정돼도 오지 않는다거나, 가치 중심으로 활동하다가도 어려움이 있어서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사무처장은 '허리 세대'가 부족한 까닭을 활동 영역 폭이 좁은 데서 찾았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임기가 있는데, 끝나고 나면 다시 중간 활동가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대표에게는 부담일 테고, 제자리 맴도는 식으로 사람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여성 분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리더였던 이들, 전문가로 성장한 이들이 그만두고 활동할 영역이 부족합니다. 다른 방안이 없으니 강사 활동을 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 생활 유지가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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