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연구가 저자 한식 생활상 탐구
생선부터 갑각·조개·해조류까지
관련 문헌·다양한 조리법 등 담아
지속가능한 어업 중요성 환기도

이틀 연속 조기를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조기는 사람의 생과 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생선이구나. 누군가의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생일상에도 누군가 떠난 날을 기억하는 제사상에도 약속처럼 오르기 때문이다.

음식연구가 정혜경이 쓴 <바다음식의 인문학>에는 생선을 비롯해 새우·게(갑각류), 굴·전복(패류), 김·미역(해조류) 이야기가 담겼다. 고기보다 수산물을 즐긴 고려인, 바다음식을 사랑한 조선 사람들, 특별한 날 상에 오르는 바다 요리 등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생선에도 품격의 수준이 있고 경제적 등급이 있다. 부잣집 반상차림에는 쇠갈비보다 비싼 영광굴비가 온전히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서민의 초라한 밥상에도 꽁치구이 한 토막 정도는 오를 수 있다. 게다가 계절마다 서로 다른 제철 생선을 구할 수 있으므로 모두가 다양하게 생선구이의 맛을 즐길 수 있다."(267쪽)

생선구이 하나에도 식문화가 담겼다. 기사식당이나 백반집을 찾았을 때 생선구이 한 토막만 있으면 대접받는 상차림으로 느껴진다. 또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도 생선 한 토막만 잘 구우면 손님맞이를 제대로 한 셈이다.

조개류도 예부터 중요한 먹거리였다. 철기시대 초기의 유적인 김해 조개무지에서는 11종의 조개류 껍데기가 발견됐다. <재물보>,<물명고>에는 각각 10여 종의 조개류 이야기가 나오고 <자산어보>에는 20여 종의 조개가 나온다. 조개회, 조개구이, 조개전골, 대합찜, 조개깍두기 등 조리법에 따라 즐기는 법도 다채롭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건강음식이 된 해조류는 '바다의 풀'로 예전에만 하더라도 한국인의 독특한 먹거리 중 하나였다. 비빔밥이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며 주재료가 나물인 것처럼 해조류는 바다의 나물과 같다.

"우리 민족은 김을 나물처럼 무쳐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전을 부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건조 김에 기름과 소금을 뿌린 조미 맛김은 대표적인 가공식품이다. (중략) 블랙페이퍼라 폄하되던 김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방에 쓸어 담는 관광상품이 되고, 김으로 만든 과자가 최고의 수출상품이 된 것이 감회가 새롭다."(224쪽)

일상에서 구분하고 쓰기 어려운 해산물 요리 용어도 책에서 습득할 수 있다. 튀김과 튀각 그리고 부각은 3가지 다른 요리법이다. 한국은 옷을 입혀서 튀기는 튀김 대신에 옷을 입히지 않는 튀각이 발달했다. 또한 부각은 튀김과 튀각의 중간 형태다. 부각은 다시마·김과 같은 해초, 당귀 잎·가죽나무 순 같은 채소에 찹쌀 풀을 발라서 건조한 후 기름에 튀기는 반찬이다. 김부각은 한국 대표 사찰 음식으로 부족한 열량이나 지방을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

끝으로 바다 음식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왜냐하면 바다가 아프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 영향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연안에 대량의 민물이 유입돼 염도가 낮아지는 저염화 현상, 수온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독성 플랑크톤과 연안 양식장에서 키우는 어패류가 떼죽음하는 일도 쉽게 일어난다.

세계적 흐름도 관리에 집중하는 해양관리협의회 인증과 지구촌 바다음식을 걱정하는 슬로피시운동이 있다. 식탁에 오르는 바닷물고기 종류가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MSC) 인증은 지속가능 수산물 라벨로 자원보호 규정 준수, 환경영향 최소화, 남획 금지 등 기준을 준수한 수산업체 제품에 부여한다. 생산자에 이어 소비자 참여를 이끄는 유인책이다. 환경과 자연 자원을 생각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비. 399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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