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에 담긴 깊고 진한 사랑 그려

창원예총 회장을 지낸 김시탁 시인의 신간 <곰탕>은 그의 언어 조탁 능력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다. 표제시 '곰탕'은 어머니의 사랑을 곰탕처럼 구수하고 맛깔나게 잘 그려냈다.

"출근길에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끼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올거모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곰탕' 1연)

어머니의 화술이 여간 아니다. 자식들한테 가장 잘 먹히는 협박(?)이다. 자식은 자식대로 노모 고생시키는 게 미안해서 '안 물 끼니까 하지 마이소'라고 다잡긴 하는데 자식 건강을 위해서라는데 이런 말이 통할 리 없다. 곰탕을 먹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 먹으려면 고생해서 만든 거 버리고'. 이걸로 끝이다. 결국 시인은 어머니께 간다.

"이튿날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다/ 요 질 큰 기 애비 저 봉다리는 누야 요것은 막내/ 차 조심혀 잠 오믄 질까 대놓고 눈 좀 부치고//"('곰탕' 2연)

▲ <곰탕> 김시탁 지음

'질 큰 기' '질까 대놓고' 어머니의 사투리도 구수하다. 어머니는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게 없듯 모든 자식들 몫의 곰탕을 다 해놓고 불렀던 모양이다. 다른 자식들한테도 같은 협박(?)을 했음에 틀림없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으면, 시인은 곰탕을 차에 싣고 오는 내내 뒷좌석에 어머니가 계신 것 같았을까.

"묵처럼 굳은 곰탕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오는데/ 세 시간 내내 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차 앞 유리창이 곰탕 국물 같다"('곰탕' 3연)

'가로수 죽이기'도 시인 특유의 해학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백화식당 아저씨는 간판 가린다고 벚나무를 죽게 하려고 뿌리를 자르고, 끓는 물 붓고 온갖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상처투성이 벚나무 전신 화상으로/ 죽어가며 흉터 같은 꽃 피웠네요// 그 꽃 배경으로 백화식당 아저씨 셀카 찍네요/ 씩 웃는 배경으로 가오리 찜 돼지 두루치기/ 참 먹음직스럽게 잘 나왔네요"('가로수 죽이기' 5연)

식당 주인에 대한 비아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집 몇 장 넘기지 않아 '가로수 죽이기2'가 등장한다. 대패삼겹살 고깃집 주인 박 씨가 밤중에 몰래 가로수 뿌리에 휘발유를 먹이는 장면을 고발한다.

"몸 안에 기름이 찬 나무는 서서히 죽어갔다/ 공공근로 요원이 기계톱으로 죽은 나무를 잘랐다/ 기름을 먹고도 정작 기름기 없이 뼈만 앙상했다// 대패삼겹살 고깃집 주인 박 씨 고기 굽는다/ 불판 위의 지글지글 익는 고기를 먹는 사람들/ 그 얼굴에 기름기 번지르하다"(4, 5연)

시집은 4부로 나눠 60여 편의 시를 실었다. 수우당. 107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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