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자립 중시하는 조카들
지역소멸 대책과 균형발전 해법 보여

올해 추석은 조카들과 대화로 풍성한 명절이었다. MZ세대로 불리는 10·20대를 만날 기회가 적은 나로서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 대화가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그들 생각과 의견을 듣고 있자니 세대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나이에 벌써 그런 고민을 한다고?' 내심 감탄했다. 그 와중에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너무나 강력한 꼰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이니까. 다행히 조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대 초반 조카는 '젊은 페미(니스트)'다. 가부장 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50대 중반 아빠와 갈등도 겪었다. 가사노동에 일절 관심 없는 아빠가 그렇게 보기 싫었다고. '딸 바보'였던 아빠는 사사건건 딴지 거는 딸에게 침묵으로 대응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아빠가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고.

갓 스물이 됐을 때부터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30대 이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오랜 연애 유지 비결로 성인지 감수성을 꼽았다. 조카는 친구들에게 누나 또는 여동생이 있는 남자들을 만나라고 조언한단다. '현실 남매'로 자란 남자들이 여성에 관한 쓸데없는 환상이 없고, 그나마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편이라나. 조카는 내년에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립 발판으로 취업과 창업을 고민하면서 최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내놓는 각종 청년 주거 지원 정책 등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조카는 스스로 진로를 찾았다. 부모 바람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 진학을 꿈꾸는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해 대학 입시에 매달리기보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로 진학해 일찌감치 기술을 배우겠다고 했다. 10대인 그도 부모로부터 빨리 자립하고 싶어했다.

MZ세대 특징이 조직보다 개인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자율성을 중시해 솔직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니 조카들과 대화에서 느껴졌다. 40대 후반인 내가 아무리 '열린 사고'를 자처해도 그들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뻔한 말이지만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MZ세대 표심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조카들에게 아빠나 할아버지뻘 되는 50~70대 남성이 여전히 다수인 대선 후보들이 젊은 층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별의별 시도를 다하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짠하다. 그럼에도, 그런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외교안보 등 여느 정책 못지않게 청년들 목소리가 직접 담긴 청년정책이 중요한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출산과 육아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실질적인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내가 만난 MZ세대와 대화에서 찾은 저출생과 지역소멸 대책, 지역균형발전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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