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지역 내 채용 등 청년 유출 막을 국가정책 요구
농촌 부족한 인프라 개선 지적... 핵심 마을 육성·세금 정책 제안
메가시티 같은 공동 대응 노력... 지역 간 협력·상생 전략 강화

지역민들은 지역소멸 시대에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지역별 특화 산업 조성, 청년 일자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남도민일보>는 추석 연휴 기간에 지역민 30여 명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소멸, 균형발전 해법'을 물었다. 지역민들은 농촌 지원, 공공기관 이전, 지역 간 협력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역 인재 채용 넓혀야" = 거제지역 한 대형조선소에 다니는 김지훈(34·창원시) 씨는 "지역별 특화 산업을 지정해 발전·고도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관련 사업장과 기관이 지역에 있다면 균형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모(67·부산시) 씨는 무엇보다 청년이 살 수 있는 일자리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씨는 "청년들이 다 떠나면 지역소멸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청년에게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기화(35·창원시) 씨는 "기업에서 지역대학 채용 전형을 넓혀 단기적으로는 대학 활성화,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 발전에 힘써야 한다"며 기업의 지역대학 채용 전형 확대를 요구했다.

김태형(26·김해시) 씨도 "또래 친구들은 지역에서 살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며 "공공기관부터 할당제로 지역 인재를 많이 채용하도록 하고, 무엇보다 서울에 있는 양질의 일자리들을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에 그만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상민(39·고성군) 씨는 지역 실정에 맞고,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특색 있는 청년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씨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갔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려면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면서 "농촌지역인데도 비싼 집값으로 정착하길 주저하는 청년이 많은 현실, 그리고 출산과 이후 육아·교육환경을 걱정하는 청년부부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록(26·김해시) 씨는 인구 유출을 막는 데 비대면 재택근무 활성화를 하나의 방안으로 꼽았다. 고 씨는 "근본적으로 젊은 층은 사회기반시설과 일자리를 원한다. 지역소멸의 중심이 되는 군 단위 자치단체가 살아남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비대면 재택근무가 발달하면 인구 유출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대학·기업 이전" = 공공기관 지역 이전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많았다.

김민수(25·진주시) 씨는 "당장은 혁신도시 시즌2를 앞당겨야 한다. 시즌1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를 거뒀으니 시즌2를 조속하게 진행해 지역 이전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김민수(44·대전시) 씨도 "서울과 수도권에 몰린 정부 기관·대학·기업들의 지역 이전이 필요하다"며 "지역 거점별로 세종시와 같은 도시를 더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이전을 자발적으로 하는 대학·기업 등에는 큰 혜택도 줘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확실히 추진하며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주철(49·창원시) 씨는 "기득권을 깨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선택하며 살 수 있게 하려면 강력한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진한(30·남해군) 씨도 "내년 대선에선 처음으로 수도권 유권자가 50.32%로 전국 유권자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물론 대학·병원 등 온갖 인프라가 수도권 중심인데, 젊은 사람이 수도권 밖 중소도시나 농촌에 살려고 하겠나.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미란(36·하동군) 씨는 지역의 공공부문 종사자 급여를 올려주는 파격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유 씨는 "'지역으로 발령 나면 차라리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서울보다 두 배 급여를 받는다면 과연 그런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화 학교, 서울 대학의 지역캠퍼스 신설 제안도 있었다.

김혜미(42·대구시) 씨는 '군 단위 지역 특성화 학교'를 제안했다. 김 씨는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 인구를 위해 영어나 체육 등 개성 있는 특성화 학교를 세우고 운영한다면 지역소멸 대안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현상 유지'에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은주(49·거제시) 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전문성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한 캠퍼스를 지역에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씨는 "거제시에는 대학이 부족하다 보니 자녀가 서울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다"며 "세계 최고 대형 조선소가 2개 있는데, 전국 대학교의 조선공학과 캠퍼스를 유치하면 산학 시너지 효과도 있고 지역에서 자녀가 큰 어려움 없이 좋은 교육을 받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교(28·서울시) 씨는 일본의 교육 균형발전을 본받자고 했다. 조 씨는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도쿄대를 시작으로 일본 명문 7개 대학을 전국에 골고루 분산해 개교한 뒤 각 대학마다 특정 전문성을 부여해 자연스럽게 지역 균형발전 인프라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오사카대학에 '의료' 전문성을 부여해 의료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자연스레 오사카로 진출, 오사카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에 사는 사람 지원 확대" = 균형발전과 인구유입을 위해서는 농촌지역에 과감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류병은(64·울산시) 씨는 "농촌 주민, 중소 상인과 공장 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세금을 대폭 감면해 도시·공단지역보다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 마을 육성도 제안했다. 류 씨는 "예를 들어 산청군 신안면 원지는 교통요지라는 특성을 살려 유통·음식으로 특화하고, 산청읍은 행정이나 공단으로 집중화하자"며 "시천면 덕산은 약초시장으로 육성하는 등 자치단체마다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삼환(54·합천군) 씨는 "농민에게 기본적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농촌에서 새롭게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농민기본소득제로 지역소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식량 안보를 지켜나가는 동시에 경쟁 사회로 내몰리는 도시 중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젊은 청년들이 땅을 일구고 농촌에서 희망을 찾도록 국가가 나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룡(70·춘천시) 씨는 "근방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모두 폐교가 될 만큼 이미 지역소멸"이라며 "농민수당을 대폭 올리는 방식 등으로 농촌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다시 지역이 사는데, 정부 대책은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에게 부족한 인프라 구축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재현(30·서울시) 씨는 "지금 농촌은 살던 사람도 나간다. 폐교를 앞둔 학교, 소규모 체육센터도 없는 면지역, 오후 6시면 끊기는 버스, 산부인과가 없어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떠나는 열악한 환경이다"며 "경제 논리로 농촌을 보면 안 된다. 도시에 집중된 인프라를 농촌에 재구축하고, 로컬푸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정주 여건 개선이 먼저다"고 말했다.

◇"지역끼리 협력 강화도" = 부울경 메가시티처럼 지역끼리 협력해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남지현(25·창원시) 씨는 "현실적으로 모든 도시가 동등하고 균형 있게 발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하나의 권역으로 뭉쳐 함께 상생해 나가야 한다. 수도권 예를 들면 서울 외곽 지역도 도심과 연결성이 뛰어나서 하나의 도시처럼 이동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도시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진행하는 동남권 메가시티도 같은 맥락이라 본다. 지방이 각자도생이 아닌 주변의 도시와 손을 잡고 지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정치인, 지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지호(52·창원시) 씨는 "지역에서만 균형발전에 안달이지 서울은 크게 관심도 없지 않으냐"며 "균형발전에 확고한 철학을 둔 정치인들이 중앙에서 더 큰 인물로 성장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옥(68·창원시) 씨는 "국회의원부터 3년 이상 지역에 거주(주소지)한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며 "지역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가족은 서울에 있고 지역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만큼 정치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용(38·창원시) 씨는 "최근 자주 구매하던 안경 브랜드가 서울 외 지역 안경점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 거래점 판매가 월등히 많기 때문인데 지역을 차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나의 사례지만 이것이 지역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시민도 지역소멸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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