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집콕 한가위'콕 집은 명작과 함께
태어난 곳 사는 방식 달라도
지구서 유일한 나의 닮은꼴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나와 아주 닮은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여 년 전 사촌동생이 전라도에서 나와 모습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거지, 어쩌면 생각까지도 빼닮은 사람을 봤다며 놀라 전화한 적이 있었다. 소름 돋는 전율과 함께 그때 생각난 영화가 폴란드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1991년에 만든 작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1992년 2본 동시 상영으로 보았다. 엄청난 예술영화임에도 제목 때문에 삼류영화로 취급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긴 당시 함께 보러 간 동료 기자도 '그런' 영화일 거라고 기대했다고 했다. 나오면서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으니.

영화는 폴란드에서 태어난 베로니카(이렌느 야곱)와 프랑스에서 태어난 베로니크(1인 2역)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름이 같은 둘은 한 날 한 시에 태어났고 다른 삶을 살고 만난 적은 없지만 뭔가 통한다는 것을 느낀다. 둘의 인연이라야 사람 많은 광장에서, 그것도 멀리서 스쳐 지나간 것뿐이다.

프랑스의 베로니크가 음악 교사로 일하는 학교에서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공연되는데, 베로니크가 인형술사에게 매료되는 장면이다.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반 덴 부덴마이어 협주곡 E단조(Van den Budenmayer Concerto In E Minor)'이다. 피아노 선율에 이은 파이프오르간 반주 아리아, 합창이 감동적이다.

추석 연휴 나와 또 다른 나인 타인을 생각하며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영화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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