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열기를 내뿜던 컴퓨터가 차갑게 식었다.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멈췄고 질세라 분주했던 마우스도 침묵한다. 주인 없는 빈자리에는 갈 곳 잃은 공기만 맴돈다. 치열하게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 한순간에 지워졌다. 묵묵히 이어가던 열정도 무수히 반복한 고민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행여 부담될까 삼켰던 관심이나 참견 따윈 메말라 버렸다. 어쭙잖은 위로나 걱정마저 결핍됐다. 아쉬움은 어느새 옅어지고 추억도 슬며시 기억 저편으로 물러난다. 오늘만 그저 살아간다.

빈자리는 늘 그렇듯 또 다른 주인으로 채워질 테다. 비움을 채움으로 대신할 수 없는 질문들이 가지를 뻗어나간다.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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