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세 읽어야 의도대로 바둑 가능
코로나 종반전, 이제 내 선택은?

바둑 하수는 승패를 알지 못해 끝까지 두고 고수는 승패를 미리 알아 계가까지 가지 않는다. 필자는 바둑 하수 중 하수였던 시절 바둑TV를 즐겨 시청했다. 그렇게 관전을 통해서라도 기력이 좀 늘까 하여 보았던 것인데 지금 결론은 실전에서 활용하지 않으면 바둑은 절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해설자의 굵고 묵직한 목소리는 자장가로 손색이 없었다. 늦은 밤, 모로 누워 수순을 눈으로 따라가면 자연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유명 프로기사 바둑이 한창 진행 중인데 느닷없이 투석했다고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하수 중 하수였던 나는 둘 곳이 천지인데 왜 투석을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내가 다니는 기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50집을 지고 있든 100집을 지고 있든 돌부처처럼 무표정하게 바둑을 이어가는 분들을 종종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기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자 끝까지 대국을 이어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형세 판단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것이다.

형세 판단은 고수가 되는 필수코스로 형세 판단 적확성에 따라 다음 수를 어느 곳에 착점할지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현재 판세가 유리한 상황인데 굳이 침입해서 모험을 감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불리하면 어떡해서든 모험을 감행해야 형세를 역전할 수 있게 된다. 형세 판단은 고수 바둑에서 매우 중요하다. 형세 판단을 하는 시점은 대개 초반, 중반, 종반으로 나뉘는데 초반은 포석이 끝난 후, 중반은 전투가 끝난 후, 종반은 끝내기를 하기 전에 한다.

이렇게 한판의 바둑에서 최소 세 번 형세 판단을 해야 자신 의도대로 바둑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형세 판단이 정밀해질수록 한 수, 한 수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프로기사 바둑에서 빤히 보이는 한 수를 두지 않고 적게는 몇 분, 많게는 몇 시간을 두지 않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단순한 수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형세 판단에 근거해 그런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이 어느덧 종반까지 왔다. 2년 가까이 대유행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생활은 연일 가파르게 하향하고 있다. 필자가 함안에서 운영하던 바둑학원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원생들은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는 재난문자에 하나둘 빠져나갔다. 가물에 콩 나듯 입금되는 재난지원금으로는 운영은커녕 생활비조차 빠듯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바둑을 처음 배웠던 아이가 어느새 중학생이 되고 아이들 기력이 늘어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뿌듯해했던 일은 어느새 전생의 일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종반전, 끝내기 단계이다. 바둑 방식으로 형세 판단을 하자면 중반에 코로나19 변이 등 축으로 몰려 백신이란 축머리를 활용하였는데도 별무신통이었다. 작금 형세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이상기후로 올 추석 주요 농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판을 뒤엎고 새 판을 짤 것인가, 아니면 기존 방식대로 살면서 제2, 제3의 코로나를 맞이할 것인가.

선택은 자유지만 그에 따른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올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여 바둑도 두고 지구환경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틀리다 맞다로 언쟁하지 않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해 존중하는 그런 토론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고수의 형세 판단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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