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개업해 2대까지 이어져
건강문제·코로나 영향에 폐업
지역민 추억공간 사라져 아쉬움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에 있던 55년 된 '오거리'가 문을 닫았다. 임대를 알리는 종이가 창문에 붙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는 이제 없는 번호가 됐다.

최원도(73) 사장 부부는 "마산 시민 덕분에 오거리가 지금까지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금이라도 젊었으면 이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예전 같았으면 가게를 그만두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한 숨을 깊이 쉬었다.

문을 닫은 이유는 건강 문제, 코로나19 영향으로 저조한 매출 등 복합적이다. 최근 건강검진으로 병을 알게 된 최 사장은 그만둘 때가 됐다고 느꼈다. 초기에 발견된 것이라 병세가 심각하지 않다. 그래도 가게를 다시 열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거리'는 최 사장 모친이 1966년에 개업해 운영하던 가게였다. 최 사장이 가게를 물려받은 시기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술집 '오거리'가 문을 닫은 모습. 오거리는 1966년 개업해 올해 폐업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술집 '오거리'가 문을 닫은 모습. 오거리는 1966년 개업해 올해 폐업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55년 된 가게를 이어받아 100년 가게로 만들어 줄 사람은 없는 걸까. 오거리는 1등급 요리 실력보다 가게만의 특색 있는 정서를 이어갈 사장이 적합해 보인다. 과거 물려받겠다는 단골손님, 지인이 있었지만 이제는 영업이 안 되니 물려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오거리'를 기억하는 김경년(60) 씨는 "오거리에 추억이 있는 도민이 많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이 작성해뒀던 블로그를 보여줬다. 김 씨가 기록한 오거리는 계절마다 음식이 바뀌고 회, 문어숙회를 소박하게 담아 팔았다. 식사보다는 늦은 밤에 소소하게 모여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마시는 곳이다. 그러니 오후 10시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성호초등학교 54회 졸업생이다. '오거리'는 성호초등학교 54회 동창회 사무실이었지만 이번에 자리를 옮긴다. 최 사장은 현재 다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