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에도 보수공사 지연
전문가 대형사업만 몰두 지적
시, 소음문제 등 민원 발생 해명

도심 속 야외공연장은 지역예술인과 주민이 소통하는 장소로 '시민문화 향유 허파' 역할을 한다. 요즘같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닫힌 공간보다 바람이 통하는 야외무대가 공연이나 각종 행사 장소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근린공원 내 야외공연장은 지난해 보수공사 예산으로 도비 2억 원을 확보하고도 전혀 진척이 없다. 2010년 내서에 야외공연장이 생긴 이후 해마다 마산국제춤축제를 개최해 온 예술인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동근(사진) 마산국제춤축제 예술감독은 "문화도시 창원이라는 슬로건은 눈에 띄는 대형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뜻인지 되묻고 싶다"며 "지역민 문화예술 기반 시설 보강은 예산을 확보하고도 2년째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년 넘게 이어온 마산국제춤축제는 세계 각국 무용수들이 마산을 찾게 하는 터전이었다. 국내 춤꾼 외에도 프랑스·그리스·이스라엘 등 외국 무용수들이 출연해 오광대부터 발레·현대무용까지 다양한 춤을 선보였으며, 관객과 즉흥춤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3일 이 감독과 함께 내서 야외공연장을 둘러본 결과 '이곳에서 공연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만큼 무대와 객석이 떨어져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식 객석에 앉았을 때 정면이 아닌 4시 방향에 무대가 보였다. 결국 공연할 때마다 관객과 마주하고자 간이 무대를 매번 설치해 왔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이를 보수하려고 도비 확보에 나선 지역구 도의원인 송순호(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송 의원은 "내서 주민이 즐겨 찾는 곳인데 무대와 객석이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공연장으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보강이 필요하다"며 "도비가 확보됐지만 창원시 체육시설과에서 별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 13일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근린공원 야외공연장. 객석과 무대가 대각선 방향으로 떨어져 있다. 관객 시선으로 계단식 객석에 앉았을 때 무대는 4시 방향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 13일 찾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근린공원 야외공연장. 객석과 무대가 대각선 방향으로 떨어져 있다. 관객 시선으로 계단식 객석에 앉았을 때 무대는 4시 방향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이어 "도비에 매칭해 시비까지 책정되면 제대로 된 야외공연장으로 재탄생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확보된 도비만이라도 쓰임새 있게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형적인 무대와 객석이 만들어진 데는 2010년 개장 당시 지역 예술인과 공연장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이에 공연장 보수공사를 앞두고 주민 외 지역 예술인·전문가 간담회를 준비할 계획은 있는지 창원시에 물었으나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시는 또 보강 설계안이나 시비 추가 확보 등에도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시 문화체육관광국 체육진흥과 김혜경 주무관은 "공연장 소음 민원 문제로 추석 이후에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해 관련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설계안이 아직 나온 게 전혀 없고 용역을 맡기기 전"이라며 "추정 공사비를 파악해 시설 보강 예산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며 그에 따라 시비 매칭 여부도 결정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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