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 중심 지원, 세대원은 정책 배제
가족 안 개인 삶에 주목하는 전환 필요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러 불만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성골과 진골, 육두품, 평민, 노비 등 계급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내가 과연 상위 12%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의아함과 분노, '지금 못 받는다고 자랑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88%라는 불분명한 기준이 우리 사회 새로운 빈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처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면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변화는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듯싶다. 나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뜨거운 논쟁 속에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지급 방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차 재난지원금과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지급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 국민 100%에게 지급되었던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은 세대 지급이었다. 이른바 세대주에게 가족 수에 따른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로 말미암아 이혼 소송 중이거나 별거 상태에 있는 가족을 비롯해 세대주와 세대원이 함께 살지 않지만 주민등록 상 동일 세대로 돼 있으면 세대원들은 실질적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세대주와 실질적으로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경우, 자녀 건강보험상 피부양자가 함께 살지 않는 부모로 돼 있는 경우, 기준일 이후 세대 변동 가구, 여성·청소년 폭력 피해자 등은 이의신청이 이루어졌으나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등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족 분리나 이의신청으로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혼이나 별거 역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과, 이혼·별거·사별 여성의 20.3%는 본인이 직접 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22.9%는 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주 지급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 사회보장 제도가 그러했듯 가구 단위 지원이라는 관습적 지원 방식에 근거한다. 그리고 그 가구는 결과적으로 일하는 남성,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전통적 가족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4인 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1·2인 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가 됐다. 현대사회 가족 형태와 구성은 매우 다양해졌다. 전통적 가족에 초점을 둔 세대주 중심 지원 방식은 변화하는 가족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다양한 가족 구성원 지원을 제약하고 이들을 편견에 노출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부 가족 구성원 정책 배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해 세대 지급을 개인 지급으로 변경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개인 지급은 세대주 지급에 따른 세대원 정책 배제를 예방하고 낙인 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에도 우리 사회 사회보장 정책에서 이러한 지급 방식으로 말미암은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 개인 지급을 계기로 사회보장 제도에서 가구 단위 지원을 개인 단위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 제도가 변화하는 가족 모습을 반영하고 가족 안 개인 삶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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