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진해구는 '둘레길'이 많은 동네 같다. 한국관광공사가 조성한 남파랑길 7~8코스를 다니면서 본 둘레길 안내판만 4개가 넘는다. 가는 길과 볼거리가 겹치더라도 얘기가 되면 새 이름이 붙여졌다. 진해 해안가를 중심으로 짜인 진해바다 70리길과 남파랑길이 그런 사례다. 70리길 일부 구간도 창원시는 남파랑길이라고 불렀다.

길 안내는 중복 구간 모든 곳에서 돼야 할 일이지만, 한쪽만 안내판을 세워놓는 경우가 더러 있는 모양이다. 코스마다 둘레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는 시 관광과 관계자의 말과 배치되는 경우를 남파랑길에서 여럿 발견했다.

시에 문의해서 안내받은 자리에 가봤더니 70리길 푯말만 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 다른 코스를 가리키는 푯말도 있었다. 양방향 인도에 세워놓고도 한쪽 면만 길 안내도를 표시해놓은 것도 있었다.

사실 말이 둘레길이지 코스만 짜놓은 형태여서, 소위 떠올리는 둘레길 모습과 거리가 먼 곳이 남파랑길이다.

길 전체가 걷기 여행길로 조성돼있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하다고 할만한 게 없다. 정해진 이동 경로를 따라 걷는 것이 전부다. 둘레길에 온 건지 일반 길거리를 찾아온 건지 헷갈릴 때가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표지판을 눈에 띄게 만든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여행길을 둘레길이라고 홍보한다면, 좋게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최소한 둘레길을 걷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어야 찾는 발걸음이 있을 것이다.

남파랑길 코스가 지금보다 더 눈에 띌 수 있도록 한국관광공사와 도가 협의해 개선 작업을 벌인다면 어떨까. 이왕 세금 들여서 시작한 일이라면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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