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도교육청 주무관
안전체험 담당 경력 살려
"누구라도 했을 일"겸손

"살았으면 됐죠. 그거면 됐습니다."

경남도교육청 안전체험교육원 교육지도사 박정원(45) 주무관은 지난 12일 휴일이라 남해 단항마을로 낚시를 떠났다. 낮 12시 36분께 "살려주세요"라는 여자아이 소리를 들은 박 주무관이 고개를 돌려보니 한 고등학생이 바다에 빠져 있었다.

학생이 거꾸로 빠져 있었던 터라 얼굴은 보이지 않고 티셔츠와 신발만 보였다. 이 학생도 가족들과 함께 낚시를 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

박 주무관보다 사고 현장에 가까이 있던 낚시꾼이 학생을 물 밖으로 건져냈다. 학생은 호흡,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고 박 주무관은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가슴 압박을 시작했다.

박 주무관은 안전체험교육원에서 일하며 유치원, 초등학생들에게 재난 안전, 생활안전 등을 교육해왔고, 지난달에는 심폐소생술 교육강사 자격증을 딴 전문인력이다.

온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도 박 주무관 머릿속은 복잡했다. 4분여 골든타임이 지나면 호흡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경남도교육청 안전체험교육원 교육지도사 박정원 주무관. /경남도교육청

박 주무관이 가슴 압박을 한 지 4~5분 정도 됐을 때 다행히 학생 입에서는 바닷물과 함께 옅은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는 그제야 자신 바지와 신발이 모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호흡이 없는 몇 분 동안 계속 압박을 하면서도 호흡이 안 돌아올까 봐 못 살아날까 봐 걱정이 됐다"며 "학생 호흡이 돌아온 순간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부터 119 소방대원과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던 박 주무관은 학생 호흡이 돌아온 후 기도를 확보하고 고개를 돌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보살폈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학생 부모도 박 주무관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학생을 구급차에 태워 보낸 후 안부가 궁금했던 그는 수소문해 학생이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심했다.

이 일은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가 박 주무관이 심폐소생술 하는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박 주무관은 그날 일에 대해 "아침에 중학생 딸이 영상을 찾아 보여주며 아빠가 아니냐고 물어봐서 영상이 찍힌 걸 알게 됐다"며 "나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가 있는데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호흡 없이 누워있는 학생을 봤다면 발 벗고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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