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들 언론관 위험천만
누가 당선돼도 나와 국민 미래 암울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이 크게 좋아지진 않는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가령 지역신문사 기자이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40대 후반의 '나'의 삶을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과 연관시켜보자. 모모 씨가 당선되면 임금·고용·주거·복지·교육 등 일상을 옥죄는 고민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까.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들이 내놓은 수많은 약속과 그 결과물, 다수 국민이 부동산·주식·코인 등 '한방'에 목을 매는 각자도생의 현실, 그리고 디지털·저탄소로 집약되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전환을 생각하면 누구도 긍정적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희망'이라는 최후 보루가 있었다. 비록 작은 목소리라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으면, 그래서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제안과 올바른 주장을 많이 펼치면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이젠 그러나 무엇이 좋은 제안이고 올바른 주장인지 솔직히 확신이 안 선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을 '절대 진리'처럼 여겼지만 세상에는 그로 말미암아 박탈감을 느끼거나 삶이 더 어려워지는 또 다른 '을'들이 있었다. 나라를 두 동강 내다시피 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라는 이슈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기득권 세력의 탐욕과 위선의 증거라며 함께 분개했을 사람들이 명백한 사실관계조차 부정하며 엉뚱하게 검찰 수사권 박탈, 언론 보도 통제의 명분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생겼다.

믿음도 희망도 희미해진 상태에서 맞이한 이번 대선은 설상가상 위험천만한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득세하는 판이 되고 있다.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5배 징벌적 손배도 약하다.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해 나를 경악시켰다. 경남지사 출신의 홍준표 의원은 잘 알려진 대로 비판 언론을 광고 중단 등의 방식으로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기자들을 향해 막말·폭언을 서슴지 않아온 인물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언론재갈법을 규탄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언론' 운운하며 힘없고 영세한 매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이런 분들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기자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특히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시절이 현 문재인 정부 하였는데 다음 정권 역시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할 것 같지 않다. 엄살과 과장이 아니라 또 비판 기사에 다양한 형태의 협박이 난무하고 지역언론 홀대가 계속될 것 같으며, 마침 언론법 개정도 예고돼 있으니 내가 쓴 기사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삭제 위협을 받는 일이 빈번해질 것 같다.

물론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나는 누군가를 찍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차악이 아니면 차차악, 어떻게든 최악은 막아야 나도 기자답게,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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