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지원 조례 내달 발의 예정
관련단체들 제정 촉구 간담회
거제·김해 이어 도내 세 번째
참석자들 '실효성 확보'강조

#1. 은수(가명·23) 씨는 보호대상아동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이상 위탁가정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도중 생각지도 못한 서류를 받게 됐다. 그간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 엄마 빚이 은수 씨에게 상속됐다는 내용이었다.

#2. 은혁(가명·12) 군도 보호대상아동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위탁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은혁이 역시 부모가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 그런데 수개월 전부터 은혁이 앞으로 각종 고지서가 날아왔다. 은혁이 부모가 은혁이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통신료 미납금 등 독촉장이 온 것이다. 할머니는 아이와 의논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했고, 나중에라도 은혁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보호대상아동이나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오랜 세월 연락이 되지 않던 부모 빚이 대물림되는 일을 없애고자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 김해와 거제에 이어 창원에서도 이들을 위해 법률 상담과 사무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창원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법률지원 조례 제정 촉구를 위한 간담회'가 13일 오전 변호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경남지방변호사회 공익봉사단, 전홍표 창원시의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이주원 어린이재단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이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조례가 아동·청소년과 자립 준비 청년을 보호하면서 무엇보다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창원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법률지원 조례 제정 촉구를 위한 간담회'가 13일 오전 변호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홍표(왼쪽 둘째) 창원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 '창원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법률지원 조례 제정 촉구를 위한 간담회'가 13일 오전 변호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홍표(왼쪽 둘째) 창원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주제발표를 맡은 조아라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는 "현행법에서는 재산뿐 아니라 부채도 상속 대상으로 부모에게 채무가 남은 것을 인지한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 상속 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결정해야 하지만, 상속인이 아동·청소년이면 법률 지식 부족으로 상속 채무를 법적으로 조치하지 않아 빚이 대물림되고 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이는 전국 자치단체에서 잇따라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법률지원' 조례가 제정된 까닭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30곳 이상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경남에는 김해시와 거제시가 있다.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지만, 아동·청소년 범위를 거제는 24세 이하로, 김해는 19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지원 범위는 모두 '상속 포기 또는 한정 승인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법률 지원(무료 상담, 소송 대리, 사무 지원 등)'으로 규정했다.

조 변호사는 "현행 조례를 보면 신청 양식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얼마나 홍보하고 시행할지 실효성 있게 적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간을 넘겨 상속 포기나 한정 승인을 못한 이들은 어떻게 보호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표(더불어민주당, 현동·가포·월영·문화·반월중앙동) 의원은 이르면 다음 달 '창원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관련 법률지원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역시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전 의원은 "선언적 조례가 아니라 실효성이 있는 조례여야 한다. 행정과 예산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며 "우선 조례라는 지원 근거를 만들고, 내년에 실제로 운영해보고 체계를 가다듬었으면 한다. 서울시처럼 법률, 아동 전문기관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창원시는 하나의 접수창구를 만들어야 조례가 확실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동권리보장원은 올 7월 채무 위기아동 대상 법률서비스 지원을 시작했으며, 미성년 상속인을 채무 상속에서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민법 개정안 4건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경남지방변호사회 공익봉사단은 올 5월 출범 이후 어린이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법률 교육, 정책 제안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