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학술회
무형문화재 등록 가능성 토론
"전승가치 높일 콘텐츠 찾아야"

장례 절차를 일컫는 상례는 '관혼상제'에 드는 중요한 의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상례 중 창원시 진해 연도에서 행해지던 상례는 독특하다. 섬에서 섬으로 행상이 이뤄지며 앞소리를 여성이 한다는 점에서다.

진해문화원 부설 연도여자상여소리 전통상례보존회가 11일 진해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제1회 연도여자상여소리 학술세미나 및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전국을 통틀어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연도여자상여소리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할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마련됐다.

최자운 세명대 교수가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가능성을,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이 연도여자상여소리 역사적 배경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국 상여소리를 소개하고, 어떤 점이 문화재 지정에 특효했는지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역별 무형문화재 지정 장례의식요에서 보았듯이 여성 구연 상여소리는 한 편도 없으니 연도만의 특징을 부각해야 한다"며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흐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무용이나 연기, 잘 알려진 노래 등은 심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니 공연을 위해 첨가하는 외래적 요소는 최소화하고 지역 토박이 출신 상여 선소리꾼을 발굴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헌섭 원장은 "연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전부터이며 지금까지 단속적으로 거주해왔는데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각 시기 생활과 구조물만 확인되었고 무덤은 어디에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는 외딴섬 매장문화로 인근 도서에서 행해지던 화장 문화와 아이디어가 상통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연도여자상여소리 연원은 1940년대 초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에 강제 징집된 장정들을 대신한 것이 시원이라 할 수 있다"면서 "그 주체가 일시적으로 여성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 11일 오후 진해문화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시연회에서 연희자들이 상여를 메고 재연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11일 오후 진해문화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 시연회에서 연희자들이 상여를 메고 재연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토론에 나선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은 "경남 해안지방의 상여소리라는 점, 여성이 주도한다는 점, 연도(발인)-바다(운상)-솔섬(안장)으로 이어지는 세 공간 층위에서 이뤄지는 점 등에 비췄을 때 전승 가치가 높은 경남의 무형유산"이라며 "문화재로 지정받으려면 상여소리의 전승 맥락을 고증해 문화재로서 가치를 확보해야 하고, 세 공간 층위에서 이뤄진 장례절차에 보이는 연희적 요소를 부각한 공연 콘텐츠를 발굴하는 등 전승가치를 높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순기 진해문화원장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게 하려면 상여소리로 가느냐, 놀이로 가느냐, 전통상례를 재현하는 쪽으로 가느냐 하는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최치광 진해문화원 부원장도 "1983년부터 시연해왔는데, 보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학술대회가 계속 이뤄져 의견을 모으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객석 토론에 나선 이철영 동국대 교수는 "행상 형식이 평민 것인지 양반 장례 흉내내기인지 하는 부분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연도라는 특성에 맞춰 봤을 때 이것이 자생적으로 생겼다는 점과 한국인의 죽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전달해준다면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임돈희 동국대 교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복원·재현 공모사업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연도상여소리를 들었다"며 "이 소리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여자가 상여소리를 한다는 점인데 이게 중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연도여자상여소리를 다룬 민속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세미나에 이어 펼쳐진 시연회는 발인제-운구-솔섬 이동-장지 도착과 하관-봉분 쌓기와 평토제로 이어졌다. 이번 시연은 2013년 하동에서 열린 경남민속예술제 참여 이후 오랜만에 이뤄진 것으로 그동안 발표 없이 연습으로만 유지돼 오다 지난해 우순기 원장 취임 이후 제대로 된 복원과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로 진해문화원 부설 연도여자상여소리 전통상례보존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진해문화원과 예술in공간이 협력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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