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뒤 남한 대부분 아열대
경남 단감·포도 재배지 감소
아열대 과일 재배 농가 늘어
2019년 곡물 자급률 21% 그쳐

2090년, 올해 태어난 아이가 70세가 되는 해, 강원도산 사과만 먹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강원도 아래쪽 지역은 더는 사과 생육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주요 농작물 재배 가능지는 변하고 있다.

농민들은 벌써 체감하고 있다. 밀양 산내면에서 29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한 농민도 이제는 '생육 기온이 더 낮은' 남원으로 농장을 점차 옮기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한반도 주요 작물 주산지 이동 변화를 살펴보고, 식량·곡물 자급률 하락 현황을 다룬다.

▲ 경남에 애플망고, 오렌지,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진주에서 재배 중인 오렌지 '청견'.  /진주시
▲ 경남에 애플망고, 오렌지,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진주에서 재배 중인 오렌지 '청견'. /진주시

◇주요 농작물 재배 가능지 변동 = 창원·김해·밀양이 단감 주산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는 농업문제와 직결된다.

기상청은 온실가스 줄이기 정책 실현 없이 상황이 지속한다면, 2071∼2100년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최근 30년간 한국(1.22도)은 주변 기온이 전 세계(0.84도)와 비교해 1.5배 높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3년과 2017년 연평균 기온 증감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제주권이 1.14도 상승해 가장 높게 상승했다. 이어 수도권 0.91, 강원권 0.90, 충북권 0.83, 전북권 0.63, 경북권 0.63, 경남권 0.57, 전남권 0.54, 충남권 0.34도 순서로 기온이 상승했다.

특히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주요 농작물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으로, 그다음 강원 지역으로 북상했다. 통계청이 농림어업총조사·기상청·농촌진흥원 데이터를 실증 분석해 2018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산물 주산지 이동현황>을 살펴보면 구체적이다. 연구진은 1970∼2015년 6가지 주요 농작물의 과거 주산지와 이동 주산지를 지도화했다.

경남 지역과 친숙한 '단감'부터 보자. 단감은 1980년대 남해안 지역인 창원·김해·밀양에서 재배됐으나, 1990년대는 동해안 경북 경주·포항과 서해안 전남 나주·장성을 중심으로 재배지가 확대됐다. 2000년대는 동해안을 따라 경북 영덕까지 재배지가 북상했다. 무엇보다 재배면적과 증감률을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가 난다. 1990년 김해 단감 재배면적이 1162㏊였는데 2015년 846㏊로 27% 감소했다.

다음으로 포도 재배 현황이다. 포도는 김해·양산·창원에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강원 영월·삼척·양구에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70년 밀양·창원·김해 포도 재배면적이 각각 257·220·129㏊에서 2015년에는 53·9·3㏊로 줄었다. 창원 포도 재배면적은 211% 감소했고, 밀양은 203% 감소했다. 한편 강원 영월은 1970년 3㏊에서 2015년 80㏊로 재배면적이 80% 늘었다.

한라봉 하면 떠오르는 제주는 옛말이다. 최근 전북 김제 농가에서 한라봉을 키우고, 경기 포천까지 사과가 재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사과·복숭아·인삼 등은 재배 가능지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감귤·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해서 재배 가능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곡물 자급률 지속 하락 = 그렇다면 쌀은 어떨까. RCP 8.5 시나리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축적한다면 쌀 생산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여기서 RCP 8.5(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8.5)란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 2100년 이산화탄소가 940ppm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 지구 기온변화 시나리오다.

농촌진흥청 '연대별 쌀 생산 수량 변화와 미래 전망'을 보면 1990년대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40년대 13.6% 감소하고, 2060년대 22.2%, 2090년대 40.1%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한국은 식량과 곡물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해, 기후변화와 함께 식량위기를 맞닥뜨릴 위험이 더욱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량 자급률은 50.2%(2015년)에서 45.8%(2019년)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부분 수입용으로 대체하고 있는 사료용을 포함한 국내 곡물 자급률은 1965년 93.3%에서 2019년 기준 21.0%로 하락했다. 곡물 자급률 프랑스 181%·미국 125%와 대조적이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이슈로 세계 각국은 농업정책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지난 6월 농촌진흥청은 <농촌환경·생태분야 기후영향 취약성 평가 1주기 보고서(2016∼2020)>를 발간했다. 이 조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채택된 SSP(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를 활용해서 국내 농업환경과 생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 보고서다.

김명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연구사는 "농민들은 과거 경험적으로 해당 지역에 적합한 작물을 선택해 수확해 왔고 가능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며 "급격한 기후변화는 국내 농업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탈탄소·신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 축이라면 농업분야는 변화에 '적응'하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열대·아열대 품종을 도입하거나 기상재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