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송시열 아프자 약방문 써 준 허목
믿고 먹어 완쾌한 후 서로 인격에 감탄

며칠 전 내린 비로 뒤뜰 장독 큰 항아리는 아름드리 물이 가득하고, 조그만 종지에는 앙증맞게 물이 고여 있다. 그릇 크기 따라 물을 담는 양이 참으로 다양함을 본다.

인격 깊이도 그 사람 마음 그릇 크기 따라 다양하리라 본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불지품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세상에 크고 작은 산이 많이 있으나 그중에 가장 크고 깊고 나무가 많은 산에 수많은 짐승이 의지하고 살며, 크고 작은 냇물이 곳곳마다 흐르나 그중에 가장 넓고 깊은 바다에 수많은 고기가 의지하고 사는 것같이, 여러 사람이 다 각각 세상을 지도한다고 하나 그중에 가장 덕이 많고 자비가 너른 인물이라야 수많은 중생이 몸과 마음을 의지하여 다 같이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된다." 특히, 지도자 마음 그릇 크기가 큰 산과 같이 웅장하고 깊은 바다와 같이 광대해야 함을 일깨우는 말씀이다. 따라서 한 나라를 책임지고 경영해야 하는 대통령 마음 그릇 크기는 국민 전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조선 후기 효종 때, 당대 두 거물 정치인으로 명의이자 영의정을 지낸 남인의 거두 허목과 학자이며 효종의 스승인 노론 영수 우암 송시열이 있었다. 당시에 이 두 사람은 아쉽게도 당파로 서로가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송시열이 큰 병을 얻게 되었다. 허목이 의술에 정통함을 알고 있던 송시열이 아들에게 "비록 정적이지만 내 병은 허목이 아니면 못 고친다. 찾아가서 정중히 부탁하여 약방문(처방전)을 구해 오도록 해라" 하고 허목에게 보냈다.

송시열의 아들이 찾아오자, 허목은 빙그레 웃으며 약방문을 써 주었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서 약방문을 살펴보니, 비상을 비롯한 몇 가지 극약을 섞어 달여 먹으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허목의 못된 인간성을 원망하면서도 아버지 송시열에게 갖다 드렸다.

처방전을 살펴본 송시열은 아무 말 않고 그대로 약을 지어오라고 하여 약을 달여 먹었다. 그리하여 병이 깨끗이 완쾌됐다. 한편 허목은 "송시열의 병은 이 약을 써야만 나을 텐데, 그가 이 약을 먹을 담력이 없을 테니 송시열은 결국 죽은 목숨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송시열은 허목이 비록 정적이긴 하나 적의 병을 이용해 자신을 죽일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송시열이 완쾌됐다는 소식을 듣자 허목은 무릎을 치며 송시열의 대담함을 찬탄했다. 그리고 송시열은 허목의 도량에 감탄했다.

요즘 TV만 틀면 자주 등장하는 대선주자들 동정을 접하면서 후보들 마음 그릇들을 헤아려본다. 적어도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단어는 정치문화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국민을 향한 가장 큰 덕과 자비와 사랑을 갖춘 인물이 최후 승자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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