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하이든 곡으로 무대 열어
전욱용 작곡가가 쓴 작품 초연
마지막 8중주 하나된 소리 선사

때로는 질문이 연주자의 몫이다. 연주를 마치고 나온 리릭챔버앙상블 강선혜 대표가 들뜬 표정으로 기자에게 연속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 법도 하다. 평소와 다른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7일 창원시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리릭챔버앙상블 세 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리릭챔버앙상블 회원은 모두 창원시립교향악단 소속이다. 제1바이올린 수석인 강 대표를 비롯해 장아름(바이올린 부수석)·임정은(비올라 부수석)·배성아(첼로 수석)가 뜻을 모아 2019년 현악사중주 연주단체를 꾸렸다.

이날은 복장부터 달랐다. 각자 남색·빨간색·연회색·청록색 무대복을 입고 등장했다. 창원시향 연주회 때는 모두 검은색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좀 더 자유롭게 각양각색 옷을 입고 사중주에 임했다. 단체 이름인 리릭(lyric), 즉 서정적이라는 뜻에 걸맞게 연주를 시작했다.

첫 무대는 현악사중주 장르를 개척한 고전주의 거장 하이든 곡으로 열었다. '현악사중주 작품 64-5번 종달새(String Quartet in D Major, Op. 64 No. 5 The Lark)'는 작곡 당시 하이든 스스로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악에서 현악사중주는 현재 주요 양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출발은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하이든(1732~1809년)은 빈에서 떨어진 한 남작의 저택에 머무르며 작곡 의뢰를 받고 작업을 이어갔다. 당시 18살이던 하이든은 저택에 초대 가능한 연주자 수에 맞게 곡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 바이올린 2명·비올라 1명·첼로 1명이었다.

하이든 이후 모차르트가 현악사중주를 확대하고, 베토벤이 두각을 보이며 말년 기까지 다채로운 현악사중주곡들을 남겼다. 베토벤 이후 낭만주의 시대에는 현악사중주 작곡 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데 그만큼 까다로운 작업임을 방증한다.

▲ 현악사중주 연주단체 '리릭챔버앙상블'이 7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3회 정기연주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선혜(바이올린), 장아름(바이올린), 임정은(비올라), 배성아(첼로).  /리릭챔버앙상블
▲ 현악사중주 연주단체 '리릭챔버앙상블'이 7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3회 정기연주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선혜(바이올린), 장아름(바이올린), 임정은(비올라), 배성아(첼로). /리릭챔버앙상블

두 번째 곡은 앞선 분위기와 확연히 달랐다. 현대곡이면서 초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창신대 초빙교수이자 합포만현대음악제 운영위원인 전욱용 작곡가가 쓴 '현악사중주를 위한 심상(Image for String Quartet)'은 여운이 길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의 무의식 속에 떠다니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했다'는 작품해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연주회에서 자신이 쓴 곡을 처음 들었다는 전욱용 작곡가는 "현악사중주로는 세 번째 작품"이라며 "연주자들이 잘 표현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리릭챔버앙상블이 3월에 작곡을 의뢰해 만드는 데 2개월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앞서 하이든 고전곡처럼 '종달새'라는 표제어가 없어 해석의 여지가 넓고 깊다. 듣는 동안 어두운 지하실 영화 <기생충> 일부 장면이 스쳤다.

관객 김민주(창원대 음악학과 3학년) 씨는 "현악사중주를 위한 심상이 인상적이었다"며 "다크한(어두운) 감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현시대를 잘 반영한 것 같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마지막 곡은 멘델스존 현악팔중주였다. '현악팔중주 E플랫장조 작품 20번(String Octet in E flat major, Op.20)'은 우아하고 화려한 환상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멘델스존(1809~1847년)이 16세 때 작곡해 당대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1825년 가을에 작곡됐으며, 현악사중주 편성을 두 배로 확대해 교향곡풍으로 연주하는 점이 특징이다. 33분 정도 이어지는 현악 팔중주에 맞춰 이날 특별 출연자 4명도 연주에 합류했다. 창원시향 소속 동료인 조영숙(바이올린)·송지현(바이올린)·윤은경(비올라)·고윤주(첼로)가 함께 추가곡까지 마무리했다.

연주회 사회를 맡은 장아름 바이올리니스트는 "처음 시도한 팔중주는 서로 눈을 맞추며 하나 된 소리를 내는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풍성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자 힘쓰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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