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참다운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함께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경남에 시각장애인 교육시설이 전무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남은 시도별 인구로는 전국 4위인 332만 명이다. 그런데 전국에 13곳 있는 맹아학교가 경남에는 없다. 경남교육청과 경남도가 지금까지 대책 없이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것이다.

8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문해의 날이다. '문해'는 문자를 읽고 쓰는 행위로, 기본 인권을 누리는 데 핵심 토대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 77.8%에 달했던 문맹률이 2008년 1.7%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자랑스러운 사례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빛나려면 어두운 곳을 온전히 밝게 했을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시각장애인에게도 글을 읽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 있었으면 더욱 빛났을 것이다.

점자라는 고유 문자 체계로 정보를 읽어내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시설이 없으면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점자를 익힐 수 없다. 다른 시도에 비해 경남 시각장애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아니다. 경남에 맹학교·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 등 교육 여건이 현저히 부족한 것은 변명 여지가 없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교육은 세상에 다시 눈을 뜨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학령기에 시력을 잃은 아이는 전문적인 특수교사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맹학교가 없어 다른 지역에 가야 하는 형편이라면 경남은 결코 살기좋은 고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중도에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정을 외면해서는 복지가 제대로 펼쳐진다고 할 수 없다. 문맹을 줄이는 책무는 교육청에 있고 복지적 관점에서는 경남도도 나서야 한다. 시각장애인 교육시설을 서둘러 개설해야 하고 전용 복지관도 필요하며 점자학습·음성 정보화기기 사용법·재활 활동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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