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짓는 업 골고루 다 짓는 후보들
입 대신 눈·귀 열어 정치 눈높이 높이자

날마다 뉴스에서 쏟아내는 정치인 말잔치가 갈수록 태산이다. 세상 살아가는 모습조차 뿌리째 뒤흔드는 역병이 창궐해 사람들은 하루하루 들숨 날숨이 가쁘다. 머리를 맞대고 가장 나은 길로 물꼬를 터도 모자랄 판에 네가 이쪽을 트자 하니 덮어놓고 나는 저쪽으로 낼 거란다. 이렇게라도 말을 내는 이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지지율에 목매어 세상 아비규환에는 눈멀고 귀먹었다. 그저 들추어내고 비아냥거리는 구린 입만 터졌다. 여당 야당 따로 없고 진보 보수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뒹굴며 뛰노는 살림살이를 만들겠다거나 남누리 북누리 하나 되는 길을 찾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온누리 되게 하는 얼개를 내놓고 평가 받아야 마땅하거늘 모두 입을 맞춘 듯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린다. 그것도 나랏일 하는 깜냥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생활이나 지난 사소한 실수들이 도마에 오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 후보가 장인의 과거 좌익 활동 이력까지 들추어내자 결혼 전 돌아가신 장인 이력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문제가 되고 그런 아내를 버려야 자격이 된다면 그런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다는 명연설을 남긴다. 당시 꼴찌 지지율을 뒤집고 경선에 이겨서 대통령까지 내처 달렸다.

유권자들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흑색선전과 저열한 말싸움에 진절머리가 난다. 나라 위한 정책은 없고 저들 표몰이만 골몰하는 모습에 유권자 눈높이를 따르지 못한다고 나무란다.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다 직선제를 이루고도 신군부 노태우에게 대통령을 널름 갖다 바친 쌍팔년식 정치로 되돌아갔다며 조롱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나라를 이끌어갈 정책은 없고 구린 입만 터진 그들이 늘 지지율 선두를 달린다. 토론회에 자신의 정치 이상과 정책 보따리를 들고 나와 열변을 토하는 후보는 늘 꼴찌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 유권자들 정치 수준이다. 발 부르트도록 뛰어 내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네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네 떠드는 열성 지지자들 수준은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 후보 정책을 홍보하고 비판에 후보 이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카더라 통신으로 상대를 깎아 내리고 헐뜯으며 지지 후보를 전지전능한 영웅으로 추켜세운다.

지지자는 나의 영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뜻이 맞는 유능한 일꾼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거 독재자들이 생겨나 억압과 폭정을 휘둘러 민주화를 퇴보시킨 데는 그들을 영웅으로 추앙한 지지자들 책임도 크다. 제 나라 사람 위에 군림하는 종이호랑이보다 경제 국방 외교 식량 자주 독립을 이루고 주권을 지키는 강한 일꾼을 가려내는 눈높이가 아쉽다. 거짓말과 교묘하게 꾸며내는 말, 이간질하는 말과 악독하게 헐뜯는 말을 불가에서는 입으로 지은 업이라 해 중죄로 여긴다. 이 업을 골고루 다 짓고 있는 후보나 지지자들 이제 그 구린 입을 다물고 눈과 귀를 열어 정치 눈높이 좀 높여 보자. 옛날 어느 각성받이 마을이 있었는데 문중 간 말다툼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웃 동네 농간으로 대판 싸움이 벌어져 마을이 아래 웃땀으로 갈라진 터에 소소한 말싸움도 삿대질이 되고 멱살잡이가 된다. 어느 날 지나는 스님이 사정 이야기를 듣고 마을 앞에 큰 구덩이를 파게 했다. 사람들에게 밥주발을 하나씩 들고 와서 그 속에다 제가 했던 속이고 꾸며낸 말과 이간질하고 독한 말을 모두 뱉어 뚜껑을 덮었다. 말을 담은 주발을 구덩이에 묻고 봉분을 지어 말무덤이라 했다. 나쁜 말을 모아 장례를 치른 셈이다. 이 후 마을은 어우러져 잘 살았단다. 저들에게 밥주발 하나씩 들려 말무덤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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