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군에 철거 촉구 성명
"20대 때 일제 찬양하는 글 써"
군 "평가 엇갈려 신중히 판단"

함안군이 가야읍 산책로 아라길에 지역 출신 문인들의 시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한 시민단체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작가 작품이 포함돼 있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군은 지난 6월 1800만 원을 들여 가야읍 작은영화관 옆 아라길에 지역 문인의 작품을 담은 시판 31개를 설치했다.

문제는 20대 때 친일문학잡지 등에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쓴 조연현 평론가 시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1920년 함안면 봉성리에서 태어난 조연현은 1938년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서 시와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은 7일 성명을 내고 '함안군은 당장 아라길 조연현 시판을 철거할 것과 조평래 함안문인협회장은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조현기 시민모임 대표는 "조연현은 20대 시절인 1942년 5월 동양지광에 '동양에의 향수', 6월 동양지광에 '아세아부흥론서설', 1943년 1월 동양지광에 '문학자의 입장', 8월 국민문학에 '자기의 문제로부터', 12월 신시대에 '평단의 일년'을 발표했다"며 "동양지광과 국민문학, 신시대는 친일문학잡지로 분류되며, 조연현이 이들 잡지에 쓴 6편 글도 친일 글로 분류된다"고 주장했다.

▲ 함안군이 아라길 산책로에 설치한 조연현 평론가 시판. 조 평론가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청일 기자
▲ 함안군이 아라길 산책로에 설치한 조연현 평론가 시판. 조 평론가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청일 기자

조 대표는 이어 "조연현은 '아세아부흥론서설'에서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대동아 공영권이라고 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일밖에 없다. 전국의 청년학도 제군! 자각과 복수의 마음으로 불타며 아시아 공영권의 건설에 매진하자'라고 썼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대표는 "조연현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된 인물로, 강원도 춘천시는 2019년 5월 춘천문학공원에 있던 서정주, 최남선, 조연현 3인의 시비를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철거했다"며 "함안군은 더는 함안문인협회 뒤에 숨지 말고 당장 조연현의 '진달래' 시판을 뽑아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조평래 함안문인협회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조 회장이 조연현과 관련한 글을 함안 지역신문에 기고하면서 '20대 청년의 글이 얼마만큼 일제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우리 민족에게 해를 끼쳤었을까? 5인 가족이 공출로 바친 관솔 기름 한 말보다 더 큰 도움을 주었을까?'라는 궤변을 했다며 조 회장이 협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조연현이) 일제 말기 살아남고자 친일 글을 쓴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함안문인협회가 이사회를 열어 작가를 선정한 데다 한창 논쟁 중인 사안을 놓고 뭐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군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문인협회 추천으로 작가를 선정했는데,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며 "해당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는 만큼 군민 정서와 여론을 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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