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 개정 필요성 주장
국민의힘, 독소조항 철회 맞서
27일 처리할 합의안 도출 난항
여야가 격한 공방 끝에 법안 처리 연기와 함께 구성을 합의한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가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여야는 일단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법안 상정 시한으로 잡고 20여 일 간 접점을 모색할 예정이나,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협의체 틀 자체에 부정적인 언론시민사회단체 등 '장외' 여론의 압박도 변수여서 협상 타결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8일 협의체 첫 회의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측 김종민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우물물을 먹는 시대라 언론사 편집으로 가짜뉴스가 걸러졌는데 지금은 상수도망으로 연결돼 누구든 물을 부으면 전 국민이 같이 먹게 된다"며 "상수도에선 국민 권익을 지킬 수 없다. 새 규칙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면 한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 최형두(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민주당 측 발언을 보면 지금은 허위뉴스 손해배상 결정이 나도 500만 원 정도라 언론이 심각한 인식이 없고 시민이 피해만 본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손배 소송으로 가는 건 1년에 300건도 안되는데 70% 정도가 고위 공직자와 기업 쪽"이라고 법안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예고된 분위기였다. 양당이 내세운 협의체 구성원 면면부터가 그랬다. 민주당은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용민·김종민 의원을 앞세웠고 국민의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당 언론중재법안을 난타해온 기자 출신의 최형두 의원을 전진 배치했다.
여당 추천위원인 김필성 변호사는 핵심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 의견을 밝혀온 인물이고 반대로 야당 추천위원인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여당안의 독소조항을 지적한 탄원서를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보내 유엔 차원의 수정 권고를 끌어낸 주역이다.
특히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4일 법제사법위 심의 과정에서 여권이 야당과 합의 처리를 위해 제시한 수정안마저 반대하며 강경론을 주도했다. 그의 활약으로 애초 법안에 담긴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에서 '명백한'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는데, 이는 직전 문체위 회의 과정에서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 입증을 더욱 엄격히 하기 위해 추가한 표현이었다.
반대로 최형두 의원은 징벌적 손배 도입뿐 아니라 손배의 근거이자 입증 책임 논란을 부른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기사 삭제권'과 다름없는 열람차단청구제 신설, 정정보도 관련 강제 조항 등 여당안의 핵심 내용 전체를 들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은 "여당안의 핵심은 검찰수사권 박탈에 이어 언론의 비판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의당조차 반대하고 국내외 모든 언론단체, 좌우 법조계 모두가 우려하는 사상 유례 없는 법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태도다.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 한 의원은 "그럴 거면 법안을 뭐하러 만드나"며 "민주당 의원 중 법안 자체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으며 오히려 약하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는 전혀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전향적인 수정안을 내놓지 않는 한 27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지난달 원내대표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일부 삭제, 열람차단청구권 조항 일부 수정 등을 다시 꺼낼 것으로 예상하지만, 언론단체뿐 아니라 다수 국민 여론이 자신들 편이라고 보는 국민의힘으로서는 굳이 여당의 이런 생색용 타협안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는 상태다.
압도적 국회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야당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지만, 민주당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입법독주'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언론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8인 협의체를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정쟁의 장'이라고 규정하며 사회적 합의를 위한 새로운 논의틀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는 지난 3일 성명을 내 "8인 협의체는 협의가 아니라 민주당에는 개정안 강행처리 명분을, 국민의힘에는 대선용 장외투쟁이라는 핑계만을 줄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 입장에 따라 수시로 '가짜뉴스'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뒤집어 권력을 감시하는 '진짜뉴스'를 집어삼킬 위험천만한 도박 대신,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아래 언론의 책임과 자유를 강화할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회적 합의에 동참할 것을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