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하는 놀람과 개탄도 이젠 빈번의 연속 앞에 체념이란 물거품이 되게 하는 참극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멍하게 말문마저 막히어 그저 허탈히 무섭기만 할 뿐입니다.

최근 대구에서 할머니를 "잔소리가 심했다"며 살해한 두 형제는 필자네 집의 두 손자와 동년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그 할머니 생시에 빨아 널어 놓은 교복 상의 사진을 보다가 생각난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의 시 <세모> 첫 연을 읊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칼날 같은 바람 부는 날/계집은 집 나가고/계집 찾아 사내 집 나가고/부엌 문짝도 없는 단칸 셋방/팔십 노모가 손자들 내복을 빨고 있었다'!

가정 파탄으로 부모와 통래가 끊긴 채 조부모 손에서 생보자 처지로 잔뼈가 굵어지는, 짐처럼 얹힌 애잔한 삶! 그 부득이 얹혀야만 한 '빚삶'(?)의 은혜를 원수로 갚듯 하다니 아, 기막힐 뿐입니다.

 

가정으로부터 힘과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상처나 입고 멍까지 들어

'가장 아픈 게 가족'이라는

아픔을

'가화만사성' 그 말이

치유해 줄 수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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