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본 풍경 생생히 담아내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다 그려

매일 창원시 진동 광암해변에 나가 바다가 언제 눈을 뜨는지, 언제 몸을 비우는지 끊임없이 바다와 대화를 나누는 칠순 시인, 김명이 작가는 생생한 바다 체험을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새벽 3시/ 캄캄한 바다에/ 사나운 불길이 치솟았다/ 부둣가 수협 건물 앞/ 육지도 아닌 바다에서/ 펑, 펑, 펑,/ 연이은 폭발음/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힌/ 기관실 기름 탱크 터지는 소리//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아/ 기름은 물 위에서 타고 있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 119 구급대원들 발 빠르게 달려오고/ 용광로 같은 불길 속을/ 목숨 걸고 뛰어드는 소방대원들/ 위험도 불사하는 용감한 그 행동에 반해/ 내 손자도 대학 소방과에 지원했다"('바다는 불바다 되고' 1, 2연)

'바다와 하늘의 포옹' '해일' '어부의 밤 풍경' '등대로 가는 길' '미더덕'…. 시집을 펼치면 바다 풍경이 오롯이 펼쳐진다.

"올해 일흔여덟에 접어든다. 황반변성으로 날이 갈수록 시력이 약화되고 기억력이 떨어져서 마음이 바빠지는 탓에 서둘러 정리하고 싶었다."

▲ 김명이 시집 <시작이 반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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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바다 일을 하고서 2001년 늦깎이로 경남대 평생교육원에서 시와 수필을 배우고, <미래문학> 시 등단(2005), <다산문학> 수필 등단(2007)한 시인은 시집 네 권과 수필집 한 권을 펴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는 김 시인을 두고 "시인은 여선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지금도 칠순에 건강하게 미더덕을 까며 바다를 지키고 있다. 주민들이 시비를 광암 해변에 세워준 명실상부한 지역이 인정한 시인이다"라고 설명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상쾌한 아침// 폐선 한 척이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가던 길 멈추고/ 태풍 링링에 휩쓸려/ 갯가까지 떠밀려온 처참한 모습을 바라본다/ 어디서 예까지 밀려왔을까// 부부가 같이 타던 배였을까/ 피붙이 같은 배를 살려보려고/ 애간장 태우며 발버둥쳤을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산책' 1~3연)

마경덕 시인은 시집 <시작이 반이다>를 읽고서 붙인 해설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남들 눈에는 하찮을지 몰라도 그동안의 결실을 매만지며 정리하고 갈래 짓는 과정이 보람이며 행복이라고 고백한다. 시인이 직접 몸으로 대면한 바다를 시로 쓰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창연출판사. 144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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