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호텔서 미술시장 열려
갤러리보다 개인 참가 위주
객실·로비 내부 전시 '눈길'
10만∼4500만 원 가격대 다양
"20·30대 젊은층도 자주 방문
집 인테리어 고려 구매 많아"

아트경남이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2~3층 객실과 호텔 2층 로비 등에서 개최한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행사 사흘째인 4일 미술장터를 찾았다.

호텔 입구에는 '미술전람회라도 열리나'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조각상들이 몇 개 세워져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트(art)'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행사장소를 가리킨다. 로비에서 박미 디렉터를 만나 미술시장 진행 상황과 성과 등을 들었다.

2층 로비에는 지역 작가들 작품 위주로 전시하고 있었다. 판매를 염두에 둔 행사여서인지 소품들이 많았다.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2층 로비에 걸린 판매용 소품들. /정현수 기자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2층 로비에 걸린 판매용 소품들. /정현수 기자

종종 봤던 익숙한 작품들도 보였다. 붓 흐름을 강조한 최행숙 작가 작품이다. '바이탈리티(vitality)'라는 이 그림은 먹으로 그린 듯해도 자세히 보면 먹이 아니라 오일물감이다. 다양한 색상을 섞은 다른 작품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그림을 그린 계기가 남은 물감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단색화 가능성을 발견하고 시작했단다.

옆에는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이 걸려 있다.

박 디렉터 설명이 이어졌다. "이 작품은 전혁림 화백 아드님이신 전영근 작가 작품입니다. 지역에서 아트페어를 연다고 하니 선뜻 작품을 내주셔서 감사하죠."

고개를 돌리니 노란빛이 화폭을 가득 메운 풍경화가 조명을 받고 있다. 작품 제목은 '꿈에 물들다-길'로 우순근 화백 신작이다. 전날 우 화백 작품 하나가 팔렸다고 한다.

어떤 종류 작품이 많이 판매되는지 박 디렉터에게 물었다. "공모를 해서 작가를 선정했기 때문인지 구매 고객 중 일부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주로 미술품 투자)'할 만한 작품을 많이 물어봤는데, 그래서인지 다양하게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은 작가마다 차이가 있는데, 10만 원에서 4500만 원까지 다양하다고. 그러면서도 10만~30만 원 정도 소품이 많이 팔렸다고 한다.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화장실에 전시된 PARANG 작가 작품. /정현수 기자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화장실에 전시된 PARANG 작가 작품. /정현수 기자

종종 뉴스에서 재벌들 탈세와 함께 소장 예술품들 가치가 거론되면서 아트페어는 부자들 돈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 인식이 궁금했다.

"예전 말입니다. 요즘은 20~30대 젊은이들도 아트테크를 많이 해요. 유행일 정도입니다. 아트테크를 하려고 공부하는 이들도 많죠."

자리를 옮겨 2층 객실 전시장으로 향했다. 작품들이 침대에 누워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젤에 얹혀 있거나 바닥에 그대로 서 있기도 했다. 화장실에도 여기저기 작품이 배치돼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3층 객실에는 느티나무를 10㎝ 정도 폭으로 잘라 속이 빈 부분에 꽃을 그려 넣거나 조형을 해서 작품화한 게 눈에 들어온다. 자연 그대로 상태에서 인공을 가미한 조화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강원도 춘천에서 참가했다는 작가는 이런 나무를 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구매하는 작품도 다양하겠지만, 소장 가치가 큰 작품을 선호할 것 같다는 질문에 박 디렉터 답변은 달랐다.

"소장 가치를 두고 선택하는 그림은 이미 가격이 높아서 솔직히 구매하기 쉽지 않죠. 아트페어는 보물찾기라고 보시면 돼요.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는 게 한 방법일 겁니다."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호텔 객실에 전시된 박신영 작가의 작품들. /정현수 기자
▲ 통영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미술 시장 '호텔 아트페어 통영'이 2~5일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호텔 객실에 전시된 박신영 작가의 작품들. /정현수 기자

이번 아트페어에는 갤러리가 전혀 참가하지 않았다. 모두 개인이 작품을 들고 와서 시장에 내놓았다. 특별히 갤러리를 배제하고 개인 참여로 시장을 연 이유가 있었다.

"갤러리 중심일 때는 작품내용보다는 판매에 급급해서 작가 팬층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와 구매자가 직접 소통함으로써 팬층을 만들 수 있어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박 디렉터는 이번 전시 동안 생긴 에피소드를 하나 끄집어낸다. "엄마와 함께 온 6살 고객이 있었어요. 최연소 고객이죠. 직접 작품을 둘러보고 저금해둔 돈으로 작품을 샀다고 해요."

대체로 아트페어에서는 철학적이고 무거운 쪽보다 밝고 가벼운 작품이 많이 팔린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박 디렉터에게 확인해봤다.

"일부는 묵직한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며 구매하는 고객도 있지만, 가볍다기보다 밝은 그림이 잘 팔리는 건 사실이에요. 일반적으로 집에 인테리어했을 때 분위기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작품 구매에 앞서 자신의 집 분위기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팝아트 작품이 전시된 객실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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