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진주시 한 무인경비업체를 방문한 바 있다. 업체 대표와 판로 확보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공공구매 비중이 높다는 말에 조심스레 민간 판매 비중이 작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기술력 차이는 없습니다. 지역밀착이고 관리 인원도 많아 서비스 품질 등은 사실 대기업보다 좋습니다. 결국 인식 문제죠."

중소기업이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서비스로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한다.

이 업체 대표가 말했듯 제품 성능보단 '인식'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인경비업 시장에서 특히 민간 부문은 에스원, 캡스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민간 부문 진출은 어렵다. 대기업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나 공고한데 그에 필적할 만한 홍보 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인경비업은 그나마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공공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인경비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업종은 더욱 그 장벽이 높다. 대기업 등 이미 시장을 견고히 점거한 포식자가 있으면 시장 진입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공조달시장은 중소기업에 기회의 장이자 동시에 시험대다. 공공조달 영역은 민간시장 영역과 달리 '대기업이 지역 중소기업보다 나을 거야'라는 선입견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구매는 단순히 중소기업의 안정적 판로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잠재적 소비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인식의 벽을 허무는 막중한 임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