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관련 언론보도 잇따르자
고3 학생 "우연히 발견"자백
학교 측 관리 소홀 문제도 조사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9월 수능 모의평가 문제지를 허술하게 관리해 경남도교육청이 감사에 들어갔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은 모의평가 전날 문제지를 촬영해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지 관리 구멍 = 도교육청은 9월 모의평가 세계지리 문제지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이 문제지 관리 규정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하고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 학교 학생이 지난 4일 담임교사에게 자신이 문제지를 유출했다고 자백하면서 드러났다. 학생은 문제지 유출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이 확보한 학생 진술을 보면 이 학생은 모의평가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10시께 1층 창문으로 학교에 들어갔다.

교실에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간 학생은 우산을 가지러 진학상담실에 들어갔다 바닥에 놓여 있는 모의평가 문제지 상자를 발견했다. 학생은 전체 모의평가 문제지 가운데 세계지리 문제지 봉인을 뜯고는 휴대전화로 찍어 유출했다.

여기서 학교 측 문제지 관리 소홀 문제가 드러났다. 모의평가는 국가시험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문제지 관리 규정대로라면 문제지가 학교에 도착하면 교장이 인수하고 교내 이중 잠금장치가 있는 평가관리실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모의평가 문제지를 평가관리실이 아닌 잠금장치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진학상담실에 보관했다.

▲ 6일 경남도교육청에서 최병헌 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이 '9월 모의평가 문제지 유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해수 기자
▲ 6일 경남도교육청에서 최병헌 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이 '9월 모의평가 문제지 유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해수 기자

학교 관계자는 다음 날 문제지를 확인하고도 봉인이 뜯긴 흔적 등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병헌 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은 "집중 감사를 벌여 문제지가 진로상담실에 있었던 경위와 이전에도 문제지를 허술하게 관리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우선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조사 14일 이후 = 학생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범행 동기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실익이 없는 모의평가 문제지를 왜 훔쳤는지, 단독 범행인지 조력자가 있었는지도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 1년에 두 번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평가는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돼 현재 자기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수능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학생이 정말 우연히 문제지를 발견하게 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모든 궁금증을 풀 열쇠는 학생 손에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오는 14일 이후 학생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범행을 털어놓은 지 열흘이나 지난 후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잠을 못 자고 고열에 시달리는 등 극도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고, 학생들이 심리적 동요를 보일 수 있어 직접 조사는 14일 이후 하기로 했다"며 "다만 물증이나 여러 정황이 담긴 담임과 대화 내용 등은 미리 확보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 국민신문고에 지난 1일 치러진 9월 수능 모의평가 4교시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문제지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받았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제보자는 자신을 고3 학생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담임선생님이 줬다며 문제지를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지난 3일 "엄정 조치"를 강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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