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년 전 밀양역 부근 선로에서 일어난 노동자 3명 사상 사고로 법정 최고형을 받자 노동계는 산업현장 안전을 중요시한 판결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에 이번 판결은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 등 앞으로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안겨줬다.

 2019년 10월 22일 오전 10시 14분 밀양역 200m 부근 하행선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새마을호 열차를 피하지 못해 현장에서 숨지고, 함께 작업하던 2명은 골절 등으로 크게 다쳤다. 이들은 코레일 소속 밀양시설반 시설관리원이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1단독(맹준영 부장판사)은 지난달 31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한국철도공사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하고, 사고 당시 안전관리 책임자와 직원 등 4명에게 징역형 또는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산업현장 안전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다시금 심어주면서도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지 과제 또한 남기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국철도노동조합 한 조합원은 "교통을 담당하는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대단히 무겁게 철도공사와 관리책임자들에게 금고형 이상을 선고한 것은 앞으로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조합원은 "법원이 열차감시자와 작업자 등 직원들까지 책임을 물어 금고형 이상을 확정해 앞으로 직원들도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같이 안게 됐다. 고민을 깊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철도공사 측에서 작업 현장의 구조적인 위험을 도외시한 채 안일한 문제의식에 따라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작업 현장에 관해 체계적인 안전조치를 수립·시행할 의무를 정면에서 위반했고, 현장 작업자들 역시 동료 작업자 생명과 신체의 안전과 직결된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해 사고의 또 다른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짚었다.

다만 이 조합원은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안전관리 인력 부족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고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안전인력 미확보였다"며 "작업 현장 전후방에 배치돼 열차가 접근하는 것을 미리 알리고 조치할 안전 인력을 포함해 절대인력을 현장에 배치해야 하는데, 밀양역 사고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후속 조치로 충원 등이 진행돼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양역 사고는 열차가 운행하는 철길에서 진행하는 '상례 작업'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 이 조합원은 "열차가 지나다니는 시간대에도 잠시 일을 중단하고 대피해가면서 작업하던 것이 수십 년 동안 관행이었는데, 밀양역 사고 이후 열차 운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개선됐다"면서도 "그렇게 되다 보니 열차 운행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업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선로 유지보수·점검에 작업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고, 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작업할 시간 배정 등 근무체계 변경에 관한 숙제도 있다"고 전했다.

노조 역시 이번 판결문을 받아보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당시 전국철도노조는 "소음으로 가득 찬 작업 구간에서 무선 통신 불안정성은 고려조차 되지 않았고, 곡선 구간에서 열차감시자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코레일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 분야 최하 등급을 받는 등 성과 부진을 이유로 손병석 사장이 사표를 낸 뒤 공모를 거쳐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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