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지구대 주차장에 댔던 차를 빼달라는 지속적인 경찰 요청에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차량을 옮겨주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40대가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까지 법정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3-1부(재판장 장재용 부장판사, 윤성열·김기풍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ㄱ(45) 씨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ㄱ 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ㄱ 씨는 2019년 11월 2일 오전 8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한 지구대 주차장에서 도로까지 약 10m 거리를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59% 상태로 승합차를 운전해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인정된 사실을 보면 ㄱ 씨는 전날 저녁 이곳에 주차하고 근처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경찰은 당일 오전 7시께부터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ㄱ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다. ㄱ 씨는 술을 마셔 당장 운전할 수 없다고 했지만, 경찰은 대리운전이나 지인을 불러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ㄱ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음주운전 의도가 없었고, 경찰관이 여러 차례 전화해 차량을 운전하게 했으며, 단속 경찰관은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자마자 음주측정을 했으므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면서 "차량을 이동하지 않을 경우 지구대 내 교통혼잡이 예상됐고, 경찰관에게 술을 마신 사실을 충분히 고지했음에도 경찰관이 피고인 차량을 이동하도록 순찰차를 이동시켜 주기도 했으므로, 피고인 운전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속이는 수단 등을 썼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피고인 운전행위는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특별히 그 시간에 운전해야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경찰관들의 지속적인 전화가 없었다면 피고인에게 숙취가 해소되기 전까지 차량을 이동할 의사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관들은 적어도 피고인이 운전을 하기 전에는 피고인이 음주 상태였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충분히 이를 저지할 수 있었으면서도 운전행위를 저지를 때까지 이를 방치했던 점(경찰관들의 요구에 따라 차량을 운전하게 된 것)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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