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활동하는 창녕군새누리종합지원센터 소속 박정희 생활지원사입니다. 제가 생활지원사를 지원할 때는 대상 어르신 안부만 챙기면 되는 업무로 단순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계속하면서 안전 확인만 하기보다는 필요한 정보제공이나 교육이 때로는 어르신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낍니다.

여름철에는 장마와 폭염 위험을 알려 드리고 있지만, 위급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 전 어르신 댁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이 보이지 않아 밭에 가봤더니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기온이 너무 높으니 댁으로 가자 설득해 모시고 들어왔는데 곧 마루에 앉은 채 뒤로 넘어지셨습니다. 찬물로 얼굴을 씻기고 물수건을 만들어 온몸을 닦고 주물러 드리고 안정을 취하게 하니 이내 괜찮아지셨습니다. 제가 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고, 정말 고맙다는 어르신 말씀에 생활지원사로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어르신들 다양한 요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으며, 어디까지가 생활지원사 본연 업무인지 고민하게 하는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이 건강상 이유로 '김장배추를 좀 뽑아 달라' 등 업무 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차마 거절하기 힘듭니다. 어르신과 정도 들고, 때로는 우리 부모님도 같은 처지인데 하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생활지원사 역할 및 정체성에 혼란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계속해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어르신께 서비스 제공 때 생활지원사 역할과 지원 가능한 서비스 범위를 설명드리면, 그저 하기 싫어서 변명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서비스 제공 외 업무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도시와 농촌 지역 서비스 내용이 현실에 맞게 변경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시와는 달리 농촌 지역 어르신은 몸이 편찮으셔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때문에 생활지원사 업무에 애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계획에는 어르신 개개인 맞춤돌봄서비스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농촌 지역 어르신 맞춤돌봄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농촌 지역 어르신을 위한 현실적인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원과, 보람과 자부심 하나로 활동하고 있는 생활지원사 역할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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