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고공 행진 무서운 물가 앞에 우스갯소리로 '체포에 나섰던 당국도 수갑을 내던졌지' 싶은 스산하고도 우울한 때입니다. <치솟는 '밥상 물가' 서민 한숨만 깊어진다>! 문득 밥상 물가의 '물가'에서 '물가'에 앉혀 둔 아이 그 위험이 연상되면서 떠오른 시가 있습니다. 김기림(金起林)의 <바다와 나비>입니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나렸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후략)'.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가련한 모습을 날카롭고 섬세히 묘파한 작품. 그 상황 패러디. 고물가라는 무서운 바다 그 '청(靑) 무우밭' 같기만 한 '시장 바다'의 물깊이가 좀 낮아지지나 않았을까 싶어 시 속의 '나비'처럼 가까이 다가가 봤지만 실망 '날개'만 '물결에 적신' 채 '지쳐서 돌아오고' 마는 주부들이 눈에 선합니다.

 

<천>파만파 고물가 시장

<정>신 차리다 지쳐 졸며

<부>바, 업혀 코 고는 지갑

<지>분거려도 안 깨지 싶네

<고>된 삶

<물>가와의 줄다리기

<가>뿐히 그칠 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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