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 협의체 구성에 합의
각 당 의원·언론인 등 8명 참여
숙의 후 27일 본회의 상정·의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극한 대치를 이어오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 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윤호중(민주당)·김기현(국민의힘)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각 2명, 양당이 추천하는 언론계 인사 등 각 2명이 참여하는 8인 협의체를 구성해 개정안을 숙의하기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가짜뉴스로부터 피해 받는 국민을 구원할 길을 여는 데 양당이 합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처리가 한 달 남짓 지연되지만 협의기구를 통해 원만하게 토론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약 한 달 시간을 벌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나가는 가장 큰 기준이 표현의 자유이고, 국민의 알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야당 동의와 상관없이 허위·조작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언론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과 박 의장의 여야 합의 요구에 막혀 수정 제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30일 하루만 네 차례 회동한 양당 지도부는 법안 처리 연기 여부와 시한 설정, 일부 문제 조항의 삭제 또는 수정, 언론민정협의체 구성 등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윤호중(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윤호중(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31일 합의는 공언한 날짜는 아니지만 지지층 기대 부응을 위해 근시일 내 의결이 절실한 여당과 수적 열세 속에서 광범위한 비판 여론을 최대한 받아안아야 하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 목소리도 없지 않다. 여당의 개정안에 반대해온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언론중재법은 '시한부 협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그간 국회가 열릴 때마다 끊임없이 시한부 처리를 압박해왔는데, 이야말로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고 갈등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이다. 다수 의석에 기대 시한을 못 박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입법 폭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추석 연휴 기간을 빼고 20일 남짓한 기간 안에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이룰지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30일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큰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 조항 일부 삭제,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조항 수정 등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이들 조항뿐 아니라 징벌적 손배제 등 독소조항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을 주도해온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요구에 "그럴 거면 법안을 뭐하러 만드나"며 "민주당 의원 중 법안 자체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으며 오히려 약하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우리는 전혀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단독 강행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급하게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누가 봐도 야당 달래기식 사탕 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일부를 삭제한다 한들, 여전히 가짜뉴스를 정의 내리는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어서 전략적 봉쇄소송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 언론을 입막음하려는 저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문구 몇 개 바꾼다고 되겠냐"고 했다.

최형두(국민의힘·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는 징벌적 손배를 이용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몸통인 비선 실세나 고위 공직자 측근, 친인척은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고 고위 공직자도 옷벗으면 바로 5배 징벌적 손배가 가능하다. 현재도 추미애·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손배소를 제기한 상태인데 향후 현 정권의 권력 범죄나 내로남불 비리 혐의가 쏟아지면 이 법이 방패막이, 언론 협박용 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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