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는 거세고 바닥은 물에 젖어 있다. 검은 양복을 입은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법무부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이 문제적이며 치욕적인 사진을 두고 시민들은 마치 자신의 일이나 자식들의 일인 것처럼 분노를 쏟아낸다.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지원 법무부 브리핑 진행 중 발생한 '과잉 의전' 얘기다.

나는 이 사건을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요약한다. 그 장대비 속에서 기자들은 차관의 단독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화면에 보이니 뒤에 앉으라'고 요구했고, 그 장대비 속에서 무리한 행사를 진행한 법무부는 홍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적극적이었다. 그 장대비 속에서 어떤 사람은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 '그림자'가 되고 말았다. 모두 자기 목적만 중요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림자가 아니어서 비를 맞으면 꼭 비에 젖게 된다. 모두 그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더이상 타인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지지도, 욕을 퍼붓지도 않지만 상하와 계급과 권력은 이렇게 질기게도 남아 민낯을 드러내곤 한다. 제가 가진 권한과 권력은 누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사용하고 보겠다는 얄팍한 인식과 논리만 엿보일 뿐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지역 언론이나 지역 정치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경남도의회 의장이 상임위원장들과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도 현안 보고도 '자기 중심적 사고'가 불러일으킨 논란이라고 보고 있다. 어디 정치권뿐이랴. 그러니 언론에서 일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나 요소요소에서 알량한 권력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반성이다. 그 일은 괴롭지만 조금이라도 타인에게 닿는 길이 될지 모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