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 딛고 삼수 도전
당선 꿈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지역서 민주당 가능성 열어
장애인전문변호사 본격 활동

진주에서 10년간 민주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정영훈(54) 변호사가 진주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장애전문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

정 변호사는 "추석을 전후해 진주에서의 10년간 변호사 활동을 정리하고 서울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려고 한다"며 "서초동에서 후배들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부설로 '장애법률연구소'를 만들어 소장 노릇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도 밝혔다. 그는 "장애 관련 각종 유무료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장애인 지원을 위한 입법과제 연구를 병행할까 생각 중이다. 국회나 정당 단체들과의 협업을 위해서는 서초동이 진주보다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라며 "뇌 병변 중증장애인인 제 조건을 고려하면, 선출직 도전보다 공무원이나 장애전문 변호사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도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며(진주를 떠날까 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새로운 도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먼저 "10년 전인 2011년 8월 30일 (구)진주법원 앞에 손양곤·정영훈합동법률사무소를 개소하고 같은 해 10월 하순쯤 경남과학기술대 대강당에서 조국 교수와 함께 북콘서트를 한 후 진주 갑 지역구에서 10년간 3번의 국회의원에 출마해 30년 만에 진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짐대로 10년간 3번 출마는 했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는 못했다"며 10년간 지역 정치활동을 요약했다.

이어 "아쉬우나마, 2016년 현역 재선의원과의 경선에서 이겨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에 당선된 것과 10년 전 처음 진주에 왔을 때는 진주시 전체를 통틀어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내(진주 갑) 도의원 2석 모두와 시의원 과반수(비례 포함 5명) 당선인을 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출마한 3번 총선에서 22%, 33%, 38% 등 민주당 후보로는 드물게 높은 득표를 하면서 '민주당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키울 수 있었다.

정치적 아쉬움도 표했다.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중용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는데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 병변 장애를 얻었다.

▲ 지난해 총선 당시 불편한 몸에도 더불어민주당 진주 갑 후보로 나선 정영훈 변호사. 세 번째 도전도 결국 고배를 마셨지만 '불굴의 의지'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해 총선 당시 불편한 몸에도 더불어민주당 진주 갑 후보로 나선 정영훈 변호사. 세 번째 도전도 결국 고배를 마셨지만 '불굴의 의지'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그는 "당시는 도당위원장이 중앙당 권역별 최고위원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최고위원 임기 개시 직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최고위원 임기는 시작도 못 해보고 끝이 났다. 저의 정치적 운과 진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의 꿈도 사실상 그때 좌절되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주위의 만류에도 출마를 강행했다.

총선 직후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기서 좌절한다면, '불굴의 정영훈'이라는 선거 구호로 진주시민들께 거짓말을 한 꼴이 되겠기에, 쪽팔려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일어나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접는 즈음에 와서는 "장애인으로 출마한 것은 불굴의 도전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금은 무리한 도전이다"라는 말로 현실을 인정했다.

아픔을 접고 새 출발을 앞둔 그는 지역 선후배들에게 "내년 3월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노력은 몸이 어디에 있든 당원 동지들, 지지자들과 함께할 것이며 제가 이루지 못한 진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의 꿈은 앞으로 10년 내에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하며 진주의 선후배 당원 동지들의 열정과 도전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기 민주당 진주 갑 국회의원 후보를 돕고자 지난 10년간 네트워크와 자료는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며 "마지막으로 10년간 부족한 저를 성원해 주신 진주시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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