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9일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만든 경선 룰을 "전부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준위가 준비한 안은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히면서 "선관위는 경준위 안을 전부 다시 검토해서 가감하기도 하고, 다른 걸로 대체하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의 이날 언급은 유승민 전 의원 등 일부 대권주자가 역선택 방지 장치를 두지 않기로 한 경준위 안에 손대지 말라며 선관위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데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주자별 유불리에 따라 선관위의 중립성 논란이 점화하는 상황에서 정 전 총리가 역선택 방지를 포함한 경준위 안의 '원점 재검토' 방침을 분명히 함에 따라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경준위 안이 확정된 안이라면 그냥 그걸로 경선하면 되지 뭐하러 선관위가 이 고생을 하겠나"라며 "애초 확정안이 아니기 때문에 '선관위가 뭘 바꾸려고 하느냐'는 얘기도 전혀 말이 안 되는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핵심 쟁점인 역선택 방지 장치 도입 여부에 대해선 "제 입장은 완전히 중립적"이라며"무엇이 가장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경선 룰을 둘러싼 주자들의 각종 요구에 "선수가 심판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면서 "선관위가 고심해 내놓은 결론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따라줘야, 그래야 경기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정말 사심 없이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아울러 "경선 룰을 어떻게 정하든 불복하는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며, 선관위와 최고위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 경선 룰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내부 논의를 통해 "최고위가 개입하면 '경준위 시즌 2'가 된다"며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준석 대표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역선택 룰 등에 관해서는 최고위가 입장을 밝힐 계획도,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통화에서 "조금 더 거당적인 기구에서 논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이라며 "다만, 선관위에 전권이 있기 때문에 최고위에 특위 구성을 강력히 요구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리적인 결론을 내기 위한 온갖 방법을 강구해보고 있다"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