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차별화 전략
당 지도부 태도 확고
"버티면 출당"예고도
거듭 항변·읍소 무용
정치 인생 최대 위기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확인된 강기윤(국민의힘·창원 성산)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렸다. 강 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결정한 '탈당 요구' 조치를 뒤집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흔들리지 않을 태세다.

경남도의원 출신으로 2012년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016년 총선 낙선, 2018년 창원시장 선거와 2019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도전 실패 등 천신만고 끝에 2020년 재선에 성공한 그지만 이번 사안으로 3선 가도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들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당의 조치에 다소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고,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탈당 요구 조치에 대해 재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의원들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소명이 국민들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만 했다.

강기윤 의원은 이날 최고위에 직접 참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형법 및 토지보상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극 해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강 의원은 창원시 성산구 소재 자신의 과수원이 창원시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과다 지급받았다는 의혹에 "제가 시에 매수하라고 한 게 아니라 시가 필요에 의해 그 땅을 강제 수용한 것이다. 시가 위탁한 조사용역업체가 수목을 과다계상하거나 과소계상한 책임을 저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강 의원은 또 토지 수용 과정에서 창원시 공무원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논란에 "(내심 감나무 농사가 힘들어 수용되길 바랐기에) '노후에 소일거리 삼아 농사를 지으려고 했는데 안되겠네'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라며 "통상적인 지역현안 보고를 부당한 요구로 잘못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확인돼 정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은 강기윤(왼쪽 둘째) 의원이 지난 3일 이준석(왼쪽 셋째) 대표와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확인돼 정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은 강기윤(왼쪽 둘째) 의원이 지난 3일 이준석(왼쪽 셋째) 대표와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의원은 "저희 지역구(창원 성산)가 참 험난한 곳이다. 여러 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음해를 해서 '기스'(흠집)를 가한다"며 "당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런 항변과 읍소에도 당 지도부가 요지부동인 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된 대응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지난 6월 같은 국민권익위 전수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 전원에 '탈당 권고'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민주당이지만 비례대표 2명만 출당했을 뿐 나머지 지역구 의원 10명은 그대로 당적을 유지 중이다. "보여주기식 '정치쇼' 아니냐"(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는 비난이 자연히 나온다.

더구나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초선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의원직 사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까지 던져 민주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처럼 탈당 거부자가 속출하거나 지도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윤 의원의 결단은 빛이 바래고 국민의힘도 '정치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2019년 창원 성산 보선에서 강 의원을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했던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희숙 의원을 뻔뻔하고 구차하게 변명으로 일관하는 강기윤 의원 같은 투기형 의원으로 만들지 말라"며 "국회는 '윤 의원 기준'에 따라 부동산 투기나 비리 의혹이 있는 의원들을 처리해야 시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 의원을 포함한 탈당 대상자 5명이 끝내 버티기에 나서면 윤리위원회를 구성·소집해 제명(출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자진 탈당 아니면 제명 둘 중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다.

강 의원에게 마지막 희망은 자신의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 모든 혐의를 벗는 것뿐이다. 그래야 결국 당적을 잃더라도 복당이 가능하고 다음 총선도 기약할 수 있다. 물론 수사 결과가 정반대면 복당과 3선은커녕 의원직 유지조차 어려워진다.

강 의원은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며 "경찰 수사가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만간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