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인 "이용 불안"호소
인권침해·차별 지적 잇따라도
시설 분리·확충은 차일피일
전문가 "공공서 먼저 나서야"

남녀 구분 없는 장애인 화장실이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시정 권고가 해마다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남녀 구분 없는 장애인 화장실이 많아 여성 장애인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청안공원 장애인 화장실 입구에는 '남녀공용'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양변기와 소변기가 나란히 자리했다.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기업사랑공원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해야 하는 구조였다. 창원 상남시장 상가는 장애인 화장실이 비장애인 남성 화장실 내부에 있다.

척수장애인 김영순(53·김해시 대청동) 씨는 "화장실 내부에 누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면서도 누가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장애인 화장실조차 없는 곳이 많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방광염에 걸리는 일이 흔할 정도다. 뇌병변 장애인 유진(46·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씨는 "장애인 화장실이 너무 없어서 있는 것 자체로 다행인 수준"이라며 "요즘 들어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자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 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한 바 있다. 그 결과 도내 18개 시군 지구대와 파출소 장애인 화장실 50.4%(66곳)가 남녀 공용이었다.

▲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청안공원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화장실 내부에는 양변기와 소변기가 나란히 있다. /김다솜 기자
▲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청안공원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화장실 내부에는 양변기와 소변기가 나란히 있다. /김다솜 기자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워 장애인을 '무성애적 존재'로 취급하는 점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녀 공용 화장실을 이용자가 불편하게 느끼고, 장애인용 화장실만 남녀 공용으로 설치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자체 시설에 있는 남녀 공용 장애인 화장실이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인권위가 한 지자체에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창현 경남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과장은 "매년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자체 관리 대상 시설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가 조사나 민원 등을 통해 위반 사항을 적발하면, 그 내용을 지자체에 전달한다. 위반 사항을 접수한 지자체가 시정 권고를 내리는 식으로 행정 조치가 이뤄진다.

시정 권고를 받은 곳은 남녀 분리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거나, 공간과 예산 확보 문제 등을 이유로 행정 조치 완화를 요청한다.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될뿐더러 행정 조치가 권고 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 화장실 개선은 더디다.

김지미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바뀌지 않으면 민간에서 먼저 나서지 않는다"며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결국 비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사회도 바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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