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조집 발간
자연 합일 가치 풀어내

"무심코 생각 없이 들길 하냥 걷다가/ 불현듯 마음을 빼앗길 줄 몰랐다/ 화려한 수사도 없이 혼자 웃는 널 보며//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 끝에 '반하다'라고 몇 번 더 불러주곤/ 봄날의 눈웃음 지단 정성스레 올린다// 초록이 반들반들 햇살에게 손 건네주면/ 덜 외로움과 더 외로움이 의좋은 형제처럼/ 즐거운 밀당으로 와서 뜨겁도록 반하다"('들꽃' 전문)

살랑살랑 봄바람 속에 몸을 흔들며 햇살 비치는 꽃잎을 보는 임성구 시조시인의 모습이 연상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임 시인은 얼마 전 제7회 창원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시조를 읽다 보면 자신이 겪은 일을 참 맛깔스럽게 표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펴낸 다섯 번째 시집 표제시 '복사꽃 먹는 오후'는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백도를 먹다가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시조다.

"천도복숭 먹으며 하늘로 간 여자여/ 그 봄날의 꽃가지가 바람에 출렁이면/ 어여쁜 웃음이 울컥, 젖꽃처럼 환하다"(2연)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은 이런 시조를 보면서 "지향하는 세계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는 순수서정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이나 대동소이와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임 시인의 시조에는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한 내용이 많이 보인다.

"양철지붕 폭우소리가 가난을 두들겨 패네/ 목 터지게 불러 봐도 새나가지 않는 노래/ 이제는 노을빛 강이 되어 삘기꽃처럼 흔들리네"('제일 가난한 집' 3연) 작가. 120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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