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느끼고 즐기면서도 지구 지키기
화석연료·일회용품·쓰레기 없는 시간을

"진짜 욕 나와요!" 라일락 잎 깨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항의합니다. 첫사랑 닮은 듯하다며 보여준 보랏빛 예쁜 꽃과 향기에 살짝 방심한 모양입니다. 이제껏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쓰디쓴 맛이라며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 짓습니다. 또 가을이 다가오면 향긋한 솜사탕 향기 맡을 수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나뭇잎에서 솜사탕 향기가 납니다. 노랗게 물드는 단풍잎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밀양 청도에 가면 가로수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계수나무입니다.

이제 본격 여행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바람결에 훨훨 날려 보낼 기회가 더욱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에 있는 라일락 잎이 전해주는 첫사랑의 쓴맛은 잘 모릅니다. 계수나무의 달콤한 솜사탕 향은 느끼지 못합니다. 주변은 생략하고 머나먼 여행지만 찾아 떠납니다. 아마도 오감으로 느끼는 소소한 여행의 참맛을 잘 느껴보지 못해서일 겁니다.

가을바람 맞으며 먼 길 나서면 곳곳에서 하늘 찌를 듯 아찔한 거대 다리를 만납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면 차가 막히기 시작할 즈음 휘황찬란한 리조트가 나옵니다. 금수강산 자연 풍광 다 집어삼킬 듯 우뚝 서 있는 수십억짜리 카페촌 지나면 으리으리한 호텔과 모텔도 나타납니다. 그 주변에는 스카이워크, 모노레일, 집라인이 어마어마한 위용을 드러냅니다. 전국 지자체가 앞다투어 만들어가고 있는 엄청난 구조물들입니다. 약간 천박해 보이는 숙소와 구조물들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집집이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렇게 고기와 술로 시작된 여흥은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둥근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쯤 보이는 사람들 모습에선 피로함과 허탈감이 많이 묻어납니다. 다시 한나절이나 지나 짐 싼 후 도시로 향합니다. 보기만 해도 안쓰럽습니다. 여행 경비는 또 얼마나 들었을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안해 봅니다. 이제껏 다녔던 그런 여행 말고, 이런 여행은 어떨는지요? 맘껏 느끼고 즐기면서도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여행. 이름하여 '탄소 없는 여행'입니다. 화석연료 사용 안 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재활용 불가 쓰레기 배출 안 하기를 실천해 보는 여행입니다. '탄소 없는 여행'은 작은 변화를 통해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지켜나가는 여행입니다. 지혜와 영감까지 얻을 수 있는 생태 관광 여행입니다.

'지리산 초록 걸음'은 천천히 지리산 둘레길 걷는 여행입니다. 느릿느릿 걸으며 꽃과 나무, 새를 만납니다. 그냥 걷는 여행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알차게 내용 채웁니다. 꽃, 나무, 새들 이름과 그들의 연결 관계를 조심스럽게 알아갑니다. 인간과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존재 본질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 둔 여행입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총동원해 보는 오감 여행입니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마을 숲과 노거수 찾아가는 여행도 추천합니다. 숲 기행, 나무 기행은 수백 년 세월 꿋꿋하게 살아온 경이로운 나무들 만날 수 있는 여행입니다. 800살 은행나무 어르신 만나면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1000살 느티나무 어르신 앞에 서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길에서 만나는 꽃과 풀, 나무와 새에 관심 가지는 여행.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참새 소리, 박새 소리, 뻐꾸기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여행.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숲길 걷는 여행. 이젠 이런 여행 어때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