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이야기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잊혀갔다. 공부하느라 바빴고 코로나로 단축수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환경도 마련되지 않았다. 졸업식날에도 언급이 없었다. 나 또한 잊고 지냈다. 졸업 후 친구들을 만나도 그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는 없었다."

살면서 누구나 상실을 경험한다. 하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애도하느냐, 불편한 감정을 외면한 채 지내느냐에 따라 이후 삶은 확연히 달라진다. 표출하지 않은 애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삶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기에. 애도는 상실에 따르는 정서적 반응, 표현을 의미한다. 여기서 상실 대상은 사람뿐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믿음,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포함한다.

김해 교사 불법촬영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사건 발생 후 학교는 학생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을 드러내 이야기하지 않았다. 쉬쉬하는 동안 몇몇 교사와 학생은 학교를 떠났고, 새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법 심판을 받아 징역 3년형에 처해졌다.

이제 애도를 끝내도 될까. 모두가 잊은 사이 지난 5월 서울에서 같은 범죄가 적발됐다. 충격적인 상실을 경험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법정에서 만난 피해자는 살아가며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악몽 같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기점으로 사회가 한발 더 나아가려면 기억 저편에 덮어둔 상처를 들춰 제대로 치유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시민사회 단체와 교육당국, 피해자 등이 참여한 '불법촬영 사건 그 후 1년' 토론회가 열렸다. 이것이 애도의 끝이 아닌 완전한 애도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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