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출신·마산서 교사 생활
'둥글게 둥글게'등 650곡 발표

"마산 바다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친구가 떠났습니다."

경남을 대표하는 작곡가 이수인 선생이 22일 오전 9시 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오랜 친구인 장기홍 지휘자가 그의 소식을 전해듣고 한 말이다.

고인은 1939년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서라벌예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마산성지여중과 마산제일여고 교사, KBS어린이합창단 단장을 지냈다.

창작동요를 향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방울꽃' 등 동요 500여 곡을 남겼고, 파랑새창작동요회를 창립해 동요 문화 발전에 앞장섰다.

'동양의 슈베르트'로 불린 이수인 선생은 한국가곡에도 큰 획을 그었다. 1996년 한국문인협회로부터 '가장 문학적인 작곡가상'을 받기도 했다. '고향의 노래', '내 맘의 강물', '석굴암' 등 150여 곡 서정 가곡을 발표했다.

마산과 인연도 깊다.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왕성하게 활동을 펼친 젊은 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적 동지들도 대부분 마산에 있다. 장기홍 지휘자가 쓴 추도사에는 벌써 그리움이 가득하다.

"음악 외에는 다른 소재의 대화는 필요없는 친구! 좀처럼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낚시가 하고 싶어 조그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친구! (중략) 새롭고 재밌는 동요, 주옥같은 가곡 같이 부를 수도 없겠구나. 보내는 마음이 너무 시리고 아프다 친구야. 간다는 말이라도 할 것이지."

지난해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13회 이수인 가곡의 밤'에서 얼굴 본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자식들이 서울로 모신 이후 마산을 찾을 때마다 역으로 데리러 나간 친구가 장기홍 지휘자다. 장 지휘자는 "곡을 쓸 때마다 들려주고 생각을 묻던 친구가 떠난 게 무척이나 슬프다"며 "마산에 올 때마다 함께 복국집을 찾아 음악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는데 지난해 만남이 끝이라니…" 말끝을 흐렸다.

㈔경남오페라단은 민간 예술단체지만 이수인 선생 작품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정인숙 예술감독도 선생의 타계 소식을 듣고 먹먹한 심경을 전했다. 11월 9일 '14회 이수인 가곡의 밤'을 한창 준비 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정 감독은 "해마다 가을이면 선생님이 마산을 찾으셨는데 가곡의 밤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다"며 "동요를 사랑한 모습 그대로 순수한 영혼을 가진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민들이 이수인 작곡가를 알아가고 창작동요·가곡을 알아가는 귀한 시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을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자리서 소개해 온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도 인연이 각별하다. '이수인 가곡의 밤' 든든한 후원자이자 음악으로 소통하는 힘을 발휘했다.

최 회장은 "1994년 처음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노래 만들기에 여념 없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창원시와 지역예술단체가 힘을 모아 이수인 선생을 기억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빈소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의령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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