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배경
남북한 외교관 연대·탈출기
분단국가 아픔·이념 대립 녹여
급박한 당시 상황 묘사 생생
현실 속 아프간 사태 겹쳐져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이 일어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하던 한국 외교관과 안기부 직원·북한 외교관들의 좌충우돌 탈출극을 다룬 영화입니다.

극상 28년 만에 대사 자리를 꿰찬 한신성(김윤식) 주소말리아 대사는 UN 미가입국인 한국을 UN에 가입시키기 위해 소말리아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외교전을 펼칩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외교관과 갈등을 빚지요. 한민족이지만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없는 대결 구도 속에 놓인 영향으로 북한 쪽에서는 사사건건 훼방을 놓습니다.

▲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이 일어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하던 한국 외교관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을 위한 연대를 그렸다. 22일 기준 관객 259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스틸컷
▲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이 일어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하던 한국 외교관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을 위한 연대를 그렸다. 22일 기준 관객 259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스틸컷

영화 중반부에 들어서면 돈과 식량 확보를 목적으로 습격한 반군에게 북한 대사관이 탈탈 털립니다. 이후 림용수(허준호) 북한 대사는 외교관 직원과 가족 10여 명을 데리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한국 대사관 앞에 찾아갑니다. 그러고는 한 대사에게 말합니다. "보다시피 우린 비무장이요. 어린아이들과 여자가 있지 않소.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해주시오." 이에 한 대사가 "그냥 돌아가라"며 거절하자, 림 대사는 "한 대사, 갈 곳이 없소"라고 얘기하며 감정에 호소합니다. 한숨을 내쉬며 잠시 고민하던 한 대사는 결국 "애들 밥은 먹였느냐"며 대사관 문을 열어줍니다. 양국 국민 20여 명이 한 방에 모입니다. 한국 대사관에 남아있던 식량을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나눠 먹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요. 안기부 소속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이 한 대사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이들 가족에 대한 전향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전향서는 말 그대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망명하겠다는 내용의 문서입니다.

문제는 제작하자마자 태준기(구교환) 북한 참사관이 이를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이후 "의사를 밝힌 적도 없는데 전향서를 만들었다", "우릴 포섭해서 서울로 데려갈 셈이었던 거냐"며 불쾌감을 드러낸 태 참사관이 전향서를 모두 불태워버립니다. 강 참사관과 태 참사관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주먹을 서로에게 날리지만, 태 참사관만 실컷 맞습니다. 강 참사관은 물건과 주먹이 날아와도 요리조리 잘 피합니다. 다투는 소리로 공관 안이 떠들썩해집니다. 이 현장을 찾아온 양국 대사관과 가족들 모두 강 참사관이 독단적으로 전향서를 만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 <모가디슈>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된 19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틸컷
▲ <모가디슈>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된 19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틸컷

양국 대사관이 나설 수밖에 없겠죠. 한 대사는 정식 보고 없이 강 참사관이 전향서를 위조했다며 사과합니다. 그러자 림 대사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이 일을 흘려버립니다. '소말리아 탈출' 하나에만 초점을 맞춘 까닭입니다. 두 사람은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벌여 비행기 편을 알아보기로 합의합니다. 그 과정에서 림 대사는 20여 명 모두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한 국가만 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습니다. 한 대사가 답합니다. "살 사람은 살아야죠."

사실 따지고 보면 여기에는 이념의 충돌이 있습니다. 자칫 서로 협력했다는 사실이 본국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빨갱이', '반동분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없는 대결 구도 속에서도 이들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결과도 좋습니다. 공통의 목표를 이뤄내는 데 성공합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서로 돕는 게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함께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길로 갈라섭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뒤부터 서로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나눈 작별인사가 마지막 얘기입니다. 밖에서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분단국가의 아픔이 잘 드러난 모습이 바로 이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사실 뻔할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위선으로 귀결될 때도 있지요. 총을 쏘아대며 폭력성을 맘껏 발산해놓고서는 극 중 인물이 한발도 총에 맞지 않고 살아남거나, 극이 끝나 가면 백발백중의 적중률을 보이던 등장인물이 유독 주인공만 급소를 피해 총을 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휴머니즘'과 '민족애'를 얘기하는 <모가디슈> 역시 이런 관습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전개 과정이 어떠했든,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무사히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니까요.

▲ <모가디슈>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된 19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틸컷
▲ <모가디슈>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된 19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틸컷

이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명성 때문이 아닌 듯합니다. 부패한 독재정권을 몰아내겠다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아수라장이 된 소말리아의 1990년대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초중반 볼거리 때문이지요. 연기력이 어찌나 뛰어나던지 보조출연자들이 시민들을 괴롭히는 장면, 10살도 안 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총을 난사하며 웃는 장면을 볼 때는 실제 모습 같아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상영 시간 내내 숨 막히는 차량 액션신, 소말리아 국민이 총에 맞아 숨지는 모습도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한 아이 엄마가 죽은 자녀의 신발 한 짝을 양손으로 붙들고 펑펑 울고 있는 모습이 유독 눈에 아른거립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을 통해 탈레반 손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이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에는 보조출연자만 300명 넘게 등장합니다. 온라인으로 배우 모집을 했습니다. 국적이 제각각입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랍어, 소말리아어 등 통역사 여럿을 현장에 배치한 가운데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촬영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 초까지. 코로나가 지금처럼 일파만파 확산하기 전에 촬영이 끝났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4개월 내내 모로코에서 같이 먹고 자며 촬영을 함께했다고 합니다.

개봉이 미뤄지다 이제야 극장에 걸렸는데 개봉 이후 성적이 괜찮습니다. 관객 259만 명(22일 기준)을 동원했습니다. 휴머니즘을 말하는 이 영화를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감독은 이런 점을 노리고 영화의 흥행을 끌어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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